GPS 기록으로 간략하게 보는 09 자전거 여행

자전거/여행기 2009. 8. 12. 09:18
7월 30일에 집에서 출발해서 17박 18일 일정으로 자전거 여행을 할 생각이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포항에서 해안 도로를 타고 강릉까지 간 뒤에 태백산맥을 넘고 원주를 가서 춘천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포항에서 강릉까지 경유하는 건축물도 별로 없고 지난 번에 간 경로와 비슷하기에 버스를 타고 뛰어넘어서 강릉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강릉을 둘러보고 다시 버스를 타고 원주까지 간 뒤에 남은 일정은 원래대로 갈 생각이었습니다만 폭우 소식에 강릉에서 버스를 타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일단 여행을 하면서 GPS수신기로 기록한 여행 경로를 올립니다.

구글 어스로 제작


푸른색으로 표시된 길이 자전거를 타고 간 길이고 붉은 길이 버스를 타고 간 길입니다. 로그를 정리하면서 보니까 작년 여행 거리보다 거의 절반 정도의 수준이지만 주로 해안 쪽으로 달렸단 작년에 비해서 산이 많은 내륙을 많이 달려서 힘들기로는 올해가 더 했던 것 같습니다. 포항에서 강릉까지 가는 길은 작년과 비슷한 경로에 보고 싶은 건축도 별로 없어서 아쉽지 않지만 강릉 쪽이나 춘천쪽은 보고 싶은 건축을 제대로 볼 수 없던 게 조금 아쉽습니다. 후기는 사진과 함께 차근차근 간략하게 남기겠습니다.

설정

트랙백

댓글

09년 전국 자전거 여행 경로

자전거/여행기 2009. 7. 29. 15:34
1일(집~평택시 현덕면, 100km) 39번-6번-39번-심곡성당-39번-42번-39번-43번-304번?발안성당-315번-302번-39번-38번-안중성당-중원스파랜드(찜)

2일(~보령시 대천동, 117) 39번-34번-622번-45번-40번-수덕사-40번-21번--610번-갈매못성지-610번-21번-포시즌사우나(찜)

3일(~대전광역시 서구 만년동, 123km) 40번-625번-한국전통문화학교-625번-40번-국립부여박물관-651번-국립공주박물관-32번-1번-32번(지)-아주미술관-대덕교회-이응노미술관-동방샥레포츠(찜)

4일(~김제시 월촌동, 123km) 배재대학교-69번(지)-697번-쌍계사-643번-740번-천호성지성당-741번-799번-전주객사-전주경기전-전동성당-716번-동진수리박물관-옥산가춘천옥(찜)

5일(~광주광역시 서구 서창동, 125km) 701번-1번-29번-49번(지)-897번-29번-887번-소쇄원-의재미술관-광주광역시청-매월건강랜드(찜)

6일(~해남군 해남읍,132) 1번-13번-23번-49번-회산백련지-820번-목포자연사박물관-2번-18번 우항리공룡박물관-18번-13번-806번-녹우당-806번-해남서초교(노)   

7일(~순천시 승주읍, 108km) 18번-강진향교-23번-2번-895번-2번-77번-2번-태백산맥문학관-857번-낙안읍성-857번-선암사-유성불한증막

8일(~남원시 인월면, 126km) 857번-22번-17번-18번-화엄사-19번-60번(지)-몽심재-광한루원-24번-중앙레스파(찜)

9일(~고령군 고령읍, 95km) 1084번-59번-해인사-1084번-33번-고령향교-26번-가야대학교(노)

10일(~김해시 내외동, 116km) 24번-20번-우포늪-20번-하병수가옥-5번-79번-1008번-25번-클레이아크박물관-1042번-국립김해박물관-중앙스파크(찜)

11일(~경주시 월성동. 135km) 14번-광복기념관-14번-35번-부산제일교회-35번-통도사-35번-언양읍성-4번-첨성대불한증막(찜)

12일(~포항시 남구 대이동, 69.75km) 불국사-7번-안압지-경주향교-904번-68번-28번-독락당-옥산서원-28번-양동마을-28번-7번-이동온천스프렉스(찜)

13일(~울진군 근남면, 123km) 31번-포스코 역사관-31번-7번-명성24시찜질방(찜)

14일(~강릉시 옥천동, 124km) 7번-초당성당-선교장-강릉향교-강릉객사문-황실사우나(찜)

15일(~원주시 태장2동, 116km) 35번-456번-6번-408번-420번-6번-42번-북원그린사우나식당(찜)

16일(~춘천시 강남동, 85km) 5번-70번-김유정문학촌-70번-국립춘천박물관-춘천어린이회관-자수정사우나(찜)

17일(~성남시 분당구, 136km) 403번-46번-37번-391번-서종갤러리-391번-45번-6번-45번-88번-342번-분원백자관-342번-45번-43번-가나안교회-고모댁

18일(~집, 45km) 23번-한강시민공원-집 

출발예정 7월30일 목요일. 도착예정 8월 16일.
번호가 있는 국도, 지방도만 표시한 것으로 번호가 없는 도로는 표지판이나 지도를 보면서 가야 됨.
폭우가 내리거나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일정에 변화는 없음.
전체 18일 중 15일은 찜질방에서 투숙, 2일은 노숙, 1일은 친척집에 머물 예정이나 상황에 따라서 노숙을 더 할 수 있음.
전체 일정은 모두 지키겠다는 생각보다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하면서 행선지를 줄여서 도착 예정 지역까지 항상 가도록 함.

설정

트랙백

댓글

09 전국 자전거 여행 계획 지도

자전거/여행기 2009. 7. 28. 20:36

홀씨와 포토샵으로 만듦.


17박 18일 일정으로 전국 자전거 여행.
주요 여행 경유지는 성당, 교회, 미술관, 박물관, 살림집, 마을 등으로 고건축 및 근현대건축물.
반시계 방향으로 여행.
노숙은 안 하고 싶지만 불가피하게 할 듯.
고비로 예상되는 구간은 해인사 구간과 대관령 구간
가장 수월할 것으로 예상되는 구간은 포항에서 강릉까지 해안도로.

설정

트랙백

댓글

09 자전거 여행 중 후보 건축물 경유지

자전거/여행기 2009. 7. 24. 14:09
고건축
경주 양동마을
안동 하회마을
안동 도산서원
안동 병산서원
안동 봉정사
담양 소쇄원
영주 부석사
영주 소수서원
강릉 선교장
완주 화암사
양산 통도사
부안 내소사
논산 쌍계사
경주 불국사
구례 화엄사
합천 해인사
경주 옥산서원, 독락당
순천 송광사
순천 선암사
안동 양진당
남원 광한루
공주 마곡사사
예산 수덕사
밀양 향교

현대건축물
강원 양구군 박수근 미술관
광주 광역시 의재 미술관
강원 강릉 초당성당
대전 아주 미술관
강원 춘천시 김유정 문학촌
강원 춘천시 춘천어린이회관
국립청주박물관
국립진주박물관
경기도 평택시 안중성당
경기도 용인시 한국등잔박물관
경남 김해 클레이아크 미술관
강원 고성 DMZ박물관
강원 정선 고한흑빛청소년문화센터
제주도 서귀포 이중섭 미술관
충남 보령 갈매못 성지
강원 국립춘천 박물관

고건축은 주로 건축 공부를 하거나 건축서를 보면서 가보고 싶다고 생각되는 곳을 적어봤습니다. 사찰 건축은 특성상 산속에 있는 건축물이 많아서 자전거를 타고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기엔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많이 부담이 되기 때문에 전부 일정에 넣기는 무리가 있어보입니다. 그렇지만 작년에 계획을 했는데 못 가거나 안 간 건축은 최대한 여행 경유지에 넣을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건축은 고건축보다 수가 압도적이긴하나 고건축에 비해서 특정한 가이드라인이랄까 선정 기준이 애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마냥 모든 건축물을 넣을 수 없는 일이라서 건축 평론서를 많이 참고해서 목록을 적어봤습니다. 작년에 자전거 여행을 할 때는 고건축에 지나치게 치우쳐진 계획을로 여행을 다녔기에 이번에는 현대건축물도 많이 봐야겠단 생각입니다.


설정

트랙백

댓글

수원-고양 자전거, 시외버스 이동기

자전거/여행기 2009. 7. 6. 20:26
자취방에 있던 짐들은 저번 주말에 집으로 옮겼지만 한가지 미처 옮기지 못한 것이 있으니 바로 자전거입니다. 저번에 집에서 학교까지 자전거를 가지고 올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지만  이번에는 버스로 편하게 가지는 생각에 버스 터미널에서 자전거를 싣고 가기로 했습니다. 막연하게 수원역 근처에 버스 터미널이 있으리란 생각에 버스 시간만 확인을 하고 출발하려고 했는데 지인에게 수원에 버스 터미널이 세개나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다행히 지인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서 내가 가야 될 버스 정류장을 알려줬습니다. 세류역 근처에 있는 수원시외버스터미널인데 가는 길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서 막연하게 바로 출발을 했습니다.

서수원버스터미널을 경유해서 수원역을 지나서 세류역에 가는 길에 좌회전해서 수원시외버스터미널에 갔습니다. (다음 지도)


  막연하게 달리다가 생각보다 버스터미널이 빨리 나와서 보니까 서수원 버스 터미널이었고 제가 가야 할 버스 터미널은 온 거리의 두배이상 달려야 했습니다. 달리고 달려서 수원시 시외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까 대략 1시 30분정도. 바로 출발하는 차량이 1시 50분에 있어서 그 차량으로 차표를 끊고 자전거의 앞바퀴를 떼어내 버스에 실을 준비를 하고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으니 바로 버스에 짐칸이 없습니다.
 
시외버스니까 당연히 짐칸이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짐칸이 없어서 자전거를 못 싣는다니 당황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래서 1시 50분 차량을 그대로 떠나 보내고 차표를 환불한 뒤에 어떻게 할까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 서울 쪽을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서 거기에서 다시 고양시로 가는 버스를 타거나 아니면 최악의 경우론 자전거를 타고 고양시까지 달리는 상황까지 생각이 났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표소에 문의를 하니 고양시행 버스에 짐칸이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해서 버스 터미널 사무실에 가서 얘기를 하니 2시 50분 차량엔 있답니다. 정말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차표를 다시 사서 거의 한시간 정도 뒹굴다가 무사하게 버스를 타고 고양시까지 날아왔습니다.

수원에서 고양까지 대략적인 경로입니다.


고양시의 화정 터미널에 내리니 펼쳐지는 너무나 익숙한 풍경들. 마음의 부담도, 체력적 부담도 전혀 없이 유유히 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습니다. 속도계를 초기화시키지 않고 달려서 정확한 주행거리는 잘 모르겠는데 기억대로 주행경로를 컴퓨터로 보니까 대략 10여 km정도 달렸고 버스로는 50여 km달렸습니다.

화정 버스 터미널에서 집까지 경로. 눈감고 갈 수 있진 없지만 정말 익숙한 길이죠.


이제 자전거를 집에 가지고 왔으니 빡세게 한강 공원 쪽을 자주 달려야겠습니다.


설정

트랙백

댓글

고양시-수원시 자전거 이동기 - 낚임에 의한 삽질

자전거/여행기 2009. 3. 18. 20:15
어제(3월 17일 화요일)은 공강인 날 이었습니다. 하루 빨리 자전거를 집에서 학교로 가지고 가야겠다고 생각하다가 결국 어제 옮겼습니다. 화정 버스 터미널에서 수원 버스 터미널까지 자전거를 싣고 가서 수원역에서부터 학교까지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쉬운 방법은 있었으나 학기 초에 근성으로 달려보자는 생각에 집에서부터 학교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습니다. 원래 점심을 먹자마자 출발을 할 예정이었지만 이래저래 준비를 하다가 보니까 꽤 늦어져서 3시가 넘어서 집을 나섰습니다.


  우선 서울 시내를 빠져나가야 했는데 한강 자전거 도로를 타고 가기보단 차도를 타고 서울 시내를 관통하기로 했습니다. 이젠 차도로 달리더라도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버스, 화물차 따위에 바짝 긴장하거나 식겁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서울의 차도는 복잡하고 차량도 워낙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인도를 이용해서 건널목을 건너거나 신호에 자주 걸려 서울을 통과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서울에서 나와서1번 국도를 타고 갈 생각이었는데 구로를 약간 지나서 1번 국도의 안양을 가르키는 표지판을 보고 따라갔습니다. 그러나 그 표지판은 낚시를 위해 만든 것처럼 갑자기 안산, 시흥으로 가는 길이 나왔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경로라서 살짝 당황하다가 최대한 빨리 안양 쪽으로 가는 길을 타고 가서 안양역으로 갔습니다. 그 곳에서부터는 전철이 성대역까지 거의 직선으로 깔려 있어서 표지판을 적당히 보면서 안전한 경로 갔습니다.

 해는 뉘엿뉘엿 떨어지고 체력은 상당히 떨어진 상태라 전철역 주변을 지날 때마다 전철에 낑겨 타고 싶었으나 일단 달려서 수원까지 가가로 한 이상 유혹을 뿌리치고 묵묵히 달렸습니다. 해는 완전히 떨어져서 저 멀리 성대역이 보이자 힘을 쥐어짜듯 달려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원래 예상 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3시간이었고 예상 주행거리는 최대50km였으나 결국 예상보다 훨씬 넘게 달려야 했습니다. 이제부터 수원시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자전거 카테고리를 채울 것 같습니다.

주행시간 3시간 47분
주행거리 62.37 km
최대속력 57.53 km/h
평균속력 16.46 km/h

설정

트랙백

댓글

전국 자전거 여행 중 찜질방 및 노숙 정보(3)

자전거/여행기 2009. 1. 21. 04:16
[자전거] - 전국 자전거 여행 중 찜질방 및 노숙 정보(1)
[자전거] - 전국 자전거 여행 중 찜질방 및 노숙 정보(2)에서 이어집니다.

1. 제가 2008년 여름에 전국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노숙을 하거나 찜질방에서 묵었던 경험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2. 찜질방의 위치는 주요도로와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표시했습니다.
3. 찜질방의 가격은 지역에 상관없이 6000~7000원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4. 모든 지도는 홀씨에서 캡처했습니다. 위치정보 파일을 첨부합니다.
홀씨를 설치한 뒤에 C:/Program Files/Wholesee Map/즐겨찾기 에 복사하면 각각의 위치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15. 태평양사우나찜질방 (경상북도 안동시 태화동)
의성군에서 5번 국도를 계속 타면 안동대교를 지나는데 그 다리를 건너자마자 교차로가 나오는데 (좌회전을 해서 가는게 거리로는 더 짧은데 언덕의 경사가 너무 심해서 자전거를 타긴 힘듭니다.) 그대로 5번 국도를 타고 직진을 해서 첫번째 나오는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해서 가면 안동교육청이 나옵니다. 그 곳에서 다시 좌회전해서 가면 찜질방이 나옵니다.

카운터의 안쪽으로 신발장이 있어서 자전거를 보관하기 좋습니다. 목욕탕을 개조한 건물이라서 찜질방 시설은 약간 적은 듯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적어서 조용하게 보낼 수 있고 카운터에서 인근 음식점에 음식을 시킬 수 있도록 전화를 해주는 것은 좋습니다.


17. 천지연 사우나 (강원도 삼척시 정라동)
울진에서 7번 국도를 타고 가면 삼척시에 들어서면서 삼척역이 보입니다. 그대로 쭉 직진을 하다가 나오는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면 삼척여고를 지나서 오십천교를 지나고 바로 오른쪽으로 보입니다.

건물 전체가 찜질방이라서 널찍하게 좋습니다. 자전거는 탈의실에 들어가기 전에 있는 복도에서 보관할 수 있습니다. 크기에 비해서 사람도 적어서 조용하게 있을 수 있습니다.


18. 속초 해수피아(강원도 속초시 조양동)
양양에서 7번 국도를 계속 타고 올라가면 속초에 들어오는데 계속 가다가 속초터미널이 보이는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해서 약간 더 가면 찜질방이 보입니다.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고 시설도 상당히 좋습니다. (닥터피쉬가 있는 탕이 있을 정도)  속초는 자전거 여행객들이 많이 다는 곳이라 그런지 자전거를 보관하는 것도 얘기를 하면 바로 카운터 앞쪽에 둘 수 있도록 해줍니다. 7번 국도 옆에 있는 찜질방이기 때문에 양양에서 속초를 거쳐 고성으로 갈 생각이면 길을 헤맬 일 없이 바로 빠져나갈 수 있어서 좋습니다.


19. 자수정 사우나(강원도 춘천시 효자1동)
춘천은 자전거를 직접 타고 가지 않고 버스를 타고 가서 춘천 고속버스 터미널을 중심으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춘천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나오면 이마트가 있는 쪽으로 쭉 올라가면 KBS건물이 나오고 KBS를 지나서 다리를 건너서 쭉 직진합니다. 다리를 건너서 왼쪽으로 보면 멀리서도 찜질방 건물이 보입니다.

건물 전체가 찜질방인 상당히 큰 규모의 건물입니다. 1층엔 로비에 카운터만 있어서 카운터 앞쪽으로 자전거를 보관하기 좋습니다. 찜질방 시설은 상당히 좋고 수면실까지 따로 있어서 잠을 잘 때 좋습니다.


설정

트랙백

댓글

전국 자전거 여행 중 찜질방 및 노숙 정보(2)

자전거/여행기 2009. 1. 18. 06:58
[자전거] - 전국 자전거 여행 중 찜질방 및 노숙 정보(1)에서 이어집니다.

1. 제가 2008년 여름에 전국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노숙을 하거나 찜질방에서 묵었던 경험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2. 찜질방의 위치는 주요도로와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표시했습니다.
3. 찜질방의 가격은 지역에 상관없이 6000~7000원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4. 모든 지도는 홀씨에서 캡처했습니다. 위치정보 파일을 첨부합니다.
홀씨를 설치한 뒤에 C:/Program Files/Wholesee Map/즐겨찾기 에 복사하면 각각의 위치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9. 워터피아 (전라남도 순천시 왕조2동)
보성에서 2번 국도를 타고 쭉 17번 국도와 2번국도가 만나는 교차로가 있습니다. 그 교차로를 지나기 전에 오른쪽 골목으로 보면 찜질방이 보입니다.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고 시설도 상당히 좋습니다. 규모가 있는만큼 자전거 여행객이 자주 들려갔는지 카운터에 아무 말도 안 해도 알아서 자전거는 어디에 두라고 안내를 해주더군요. 자전거 여행 중에 순천시에 왔다면 2번 국도를 타고 쭉 올라가서 광양시 쪽으로 빠진 뒤에 화개장터 쪽으로 갈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꽤 많다고 봅니다. 이 찜질방은 순천에서 나가는 방향의 2번 국도 옆에 있기 때문에 광양시 쪽으로 나가기가 매우 좋습니다.
[자전거/여행기] - 2008 전국 자전거 여행 - 7일째 장흥~순천


10. 솔뫼찜질방 (전라남도 사천시 곤양면)
 화개장터가 있는 하동군에서 1003번 지방도를 타고 사천시 쪽으로 가다가보면 곤양으로 빠지는 길이 나옵니다. 그 길을 가면 고속도로가 나오는데 그 고속도로 밑으로 가지말고 그대로 고속도로를 끼고 달리면 우측으로 솔뫼찜질방이 보입니다. 5개월 전인 8월에는 고속도로 옆 도로가 비포장도로라서 상당히 가기 힘들었습니다.
직접 들어가진 못하고 위치만 하고 지나간 찜질방인데 24시간 영업을 한다는 간판은 보고 지나갔습니다. 곤양 쪽에서는 찜질방이 2개가 있는데 다른 하나는 곤양면에 도착해서도 또 위로 더 올라가야 되기 때문에 이 찜질방에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11. 곤양초등교 (전라남도 사천시 곤양면)
솔뫼찜질방을 지나서 가면 고속도로와 지방도가 만나는 인터체인지가 나오는데 여기서 좌회전을 해서 고속도로 밑으로 지나가면 곤양면입니다. 매우 작은 동네라서 들어가서 인근 주민한테 물으면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강당은 없지만 운동장이 개방되어 있어서 여름에는 운동하는 사람들이 약간 있습니다. 수돗가는 학교 식당 옆에 있는데 수돗가에서 외부로 약간 열려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가 다른 대지보다 높은 편이라서 여기서 씻더라도 주변에서 잘 보이지 않아서 큰 문제는 없습니다. 식당과 학교 본관을 연결하는 쪽에 처마가 연결되어 있어서 비를 피할 수 있으며 풀숲도 없기때문에 여름에 노숙을 하더라도 모기가 적은 편입니다.[자전거/여행기] - 2008 전국 자전거 여행 - 8일째 순천~사천


12. 능동초등교 (경상남도 김해시 장유면)
창원에서 창원터널을 지나가면(톨게이트가 있는 자동차 전용도로라서 자전거는 못 지나갑니다. 화물트럭 히치하이킹하시길...) 바로 장유면입니다. 장유문화센터가 보이는 큰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합니다. 그 길로 가면 초중교가 붙어 있기 때문에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지은지 얼마 안 된 초등학교라서 규모가 큰 편이라 노숙을 할 수 있는 곳은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학교 뒷편에 있는 주차장이 노숙하기 좋습니다. 완전한 야외 주차장이 아니라 필로티에 있는 주차장이라서 비를 피하기 쉽고 차량이나 사람의 통행이 거의 없어서 조용하기 때문입니다.
[자전거/여행기] - 2008 전국 자전거 여행 - 9일째 사천~김해


13. 부산탕 (울산광역시 북구 농소1동)
부산에서 7번 국도를 타고 가면 울산에 올 수 있는데 시내에 들어가면 복잡하므로 계속 7번 국도를 타고 갑니다. 울산공항을 지나서 쭉 가면 우측으로 호계역이 보이고 바로 나오는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면 부산탕을 볼 수 있습니다.
상당히 오래된 목욕탕에 여관을 겸업하고 있는 곳입니다. 목욕탕은 들어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여관은 시설이 상당히 낙후되어 있으나 에어콘, TV가 있고 따뜻한 물이나 차가운 물이나 잘 나옵니다. 여관 주인은 3만원을 불렀는데 개인의 능력에 따라서 깍으면 2만원 이하도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저는 2만원이 한계였습니다.)
[자전거/여행기] - 2008 전국 자전거 여행 - 10일째 김해~울산


14. 영천초등교 (경상북도 영천시 완산동)
 경주에서 28번 국도를 계속 타고 가면 영천 시내로 들어옵니다. 쭉 가다가 영천 터미널 표지판을 보고 영천 터미널까지 가면 그 옆에 영천초교가 있습니다. 고운랜드라고 24시간 찜질방이 있으나 제가 여행을 할 때는 공사 중이었으니 이제는 영업을 하리라 예상됩니다. 고운랜드는 북영천역 이정표를 보고 가면 찾을 수 있습니다.

 계단실이 처마가 있는 외부 계단실이라서 건물 2층에 올라가서 잔다면 최적의 조건입니다. 그러나 중고딩들의 놀이터라서 그 자리에서 노숙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경비 아저씨도 그 쪽은 순찰을 도는 것도 역시 안 좋습니다.) 계단실 뒷쪽으로 가면 계단실 아래로 충분히 노숙을 할만한 장소가 있습니다. 다만,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곳이라서 눅눅한 단점이 있습니다.
[자전거/여행기] - 2008 전국 자전거 여행 - 11일째 울산~영천

설정

트랙백

댓글

전국 자전거 여행 중 찜질방 및 노숙 정보(1)

자전거/여행기 2009. 1. 17. 21:50
  전국 여행을 하는데 우선 해결해야 할 것이 잠을 어디에서 해결하느냐 입니다. 여러 명이 여행하는 경우 여관에 묵으면 가격이 크게 부담되지 않지만 혼자서 여행을 할 때는 여관에 계속 묵기엔 가격이 약간 부담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찜질방을 이용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고 최악의 경우엔 노숙하게 됩니다. 그래서 앞으로 전국 여행을 할 여행자들에게 약간의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글을 남깁니다.

1. 제가 2008년 여름에 전국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노숙을 하거나 찜질방에서 묵었던 경험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2. 찜질방의 위치는 주요도로와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표시했습니다.
3. 찜질방의 가격은 지역에 상관없이 6000~7000원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4. 모든 지도는 홀씨에서 캡처했습니다. 위치정보 파일을 첨부합니다. 홀씨를 설치한 뒤에 C:/Program Files/Wholesee Map/즐겨찾기 에 복사하면 각각의 위치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1. 히든밸리 사우나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 성정2동 두정역)

 평택에서 1번 국도를 타다가 두정역 쪽으로 빠집니다. 바로 건너편에 롯데마트가 있어서 찾기는 쉽습니다.
찜질방 시설은 무난하고 신발장과 비상구 쪽으로 자전거를 보관할만한 장소가 있어서 좋습니다.
[자전거/여행기] - 2008 전국 자전거 여행 - 1일째 고양~천안


2. 궁전 불가마(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공주에서 651번 지방도를 타고 오다가 40번국도로 갈아탑니다. 부여읍에 도착하면 4번 국도와 만나게 되는데 그 교차로에서 부여읍 쪽으로 200여 m 들어가면 도로 건너편으로 보입니다. 정림사지를 먼저 찾고 오는 방법도 있습니다.
목욕탕은 개조한 찜질방이라서 찜질방 시설은 약간 부실하다고 생각되지만 작은 동네라서 사람이 적기 때문에 쉬긴 좋습니다. 자전거를 보관할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어 보이지만 카운터에서 건물 방풍실이 바로 보이기 때문에 방풍실에 자전거를 두면서 카운터에서 잘 봐달라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자전거/여행기] - 2008 전국 자전거 여행 - 2일째 천안~부여


3. 건강나라(전라북도 부안군 부안읍)
 김제에서 23번 국도를 타고 계속 가다보면 동진교를 건너게 됩니다. 그 다리를 건너고 조금 더 가면 부안읍으로 갈 수 있는데 부안터미널을 찾아가면 됩니다.
4층 건물 전체가 찜질방이라서 시설은 상당히 좋은 편이며 카운터 쪽에서 자전거를 보관할 장소가 없지만 반지하로 보일러실이 있어서 자전거를 보관하기 매우 좋습니다.
[자전거/여행기] - 2008 전국 자전거 여행 - 3일째 부여~부안


4. 중앙목욕탕(전라남도 영광군 영광읍)
  고창에서 23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영광군청 표지판이 보이면 그 길로 빠집니다. 영광초교를 지나서 영광군청 옆에 사거리가 있는데 대각선 방향으로 농협이 있습니다. 농협 앞으로 골목길이 하나있는데 그 길로 들어가면 바로 보입니다.
보통 6~7천원하는 찜질방과 달리 목욕만 따로 하는데 3500원을 받습니다. 수면실까지 이용하려면 무려 9000원이나 내야 되는데 10년도 더 된 것 같은 목욕탕이라서 시설은 매우 안 좋습니다. 수면실은 습기때문에 퀴퀴하고 모기가 들끓습니다. 그러나 영광에서는 24시간 운영하는 찜질방, 목욕탕은 여기 뿐이라고 합니다.(목욕만 한다고 3500원 내고 들어간 다음에 탈의실 평상에서 자는 것을 더 추천합니다.)
[자전거/여행기] - 2008 전국 자전거 여행 - 4일째 부안~영광


5. 참숯불가마(전라남도 해남군 해남읍)
 강진에서 13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해남에 거의 다 와서 해남터널이 나옵니다. 그 터널을 나오자 마자 해남읍인데 해남경찰서를 지나서 해남농협 앞에 교차로가 나옵니다. 그 길에서 우회전해서 쭉 가다보면 해남터미널이 나오는데 그 건너편에 있습니다.

   카운터에서 방풍실이 바로 보이지만 보관해주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밖에 자전거를 묶어두라는데 자물쇠가 없어서 그러지 못한다니까 성질을 내더군요. (솔직히 자물쇠가 있었어도 찜찜해서 자전거를 밖에 묶어두진 않았을 겁니다.) 성질나서 그냥 나왔습니다. 그러나 해남에서 24시간하는 찜질방은 여기 뿐입니다. 원래 두 곳이 더 있는데 한 곳은 찜질방 영업을 접었고 다른 한 곳은 24시간 영업을 안 합니다.


6. 해남서초교(전라남도 해남군 해남읍)
  해남터널에서 나와서 그 길을 따라서 쭉 직진합니다. 다리는 하나 건너게 되는데 다리를 건너자마자 나오는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합니다. 그리고 광주은행이 보이는 곳에서 좌회전을 하면 초등학교가 보입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앞에 체육관이 있는데 야간에 시민들이 배드민턴을 치느라 개방되어 있습니다. 철판을 깔고 들어가서 샤워를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철판을 깔진 못 해서 쭉 안쪽으로 들어가서 수돗가에서 씻고 그 옆에 침낭을 깔고 잤습니다. 건물 입구엔 처마가 있어서 혹시나 비가 오다라도 그 쪽으로 피할 수도 있습니다.
[자전거/여행기] - 2008 전국 자전거 여행 - 5일째 영광~해남


7. 남도대학(전라남도 장흥군 안양면)
강진에서 2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장흥에 들어가서 18번 국도로 갈아탑니다. 가다가보면 우측으로 언덕 위에 빨간 건물이 보이는데 그 건물이 남도대학입니다.
장흥군에서 가장 큰 동네가 장흥읍인데 24시간하는 찜질방은 없습니다. 남도대학은 생긴지 얼마 안 된 건물인지 시설은 상당히 좋습니다. 화장실도 깔끔하고 방도 잠을 자기에 문제가 없어보입니다. 제가 생각이 짧아서 몰래 들어가서 자려고 하다가 걸려서 쫓겨나서 제대로 혼이 났습니다만 사무실에 가서 하루만 자고 가도 되냐고 굽신거려도 재워줄 것 같진 않습니다.


8. 남도대학 앞 버스 정류장(전라남도 장흥군 안양면)
18번국도를 타고 가다가 남도대학 앞쪽에 버스 정류장이 있습니다. 벤치는 성인 남자 세명정도는 충분히 누울 정도로 깁니다. 처마가 있어서 약한 비는 문제없이 피할 수 있지만 강한 비는 거침없이 몰아칩니다. 도로 양옆으로 논이 있기 때문에 모기가 꼬여드는 것을 각오해야 됩니다. 4차선 국도가 바로 앞에 있어서 소음이 끊이지 않아서 잠을 자기 힘들며 자동차의 헤드 라이트 불빛도 노숙을 방해합니다.
[자전거/여행기] - 2008 전국 자전거 여행 - 6일째 해남~장흥


설정

트랙백

댓글

숫자로 보는 2008 전국 자전거 여행

자전거/여행기 2009. 1. 15. 10:26

126시간 동안 자전거를 탔다. 18일 동안 탔으니까 하루에 7시간씩 탄 셈이 된다. 날로 환산해서 하자면 5일하고도 반나절이나 자전거를 탔다. 여행의 후반부엔 비 때문에 자전거를 제대로 못 탄 시간이 많아서 실제론 하루에 거의 거의 7시간 30분~8시간 정도는 탄 것 같다.








57
개의 시군을 다녔다.  여행 경로로 보자면
고양 서울 김포 부천 시흥 안산 수원 오산 평택 천안 공주 부여 익산 김제 부안 고창 영광 함평 무안 목포 영암 해남 강진 장흥 보성 순천  광양 구례 하동
사천  진주 마산 진해 김해 부산 울산 경주 영천 군위 의성 안동 영주 봉화 울진 삼척 동해 강릉 양양 속초 고성 인제 홍천 춘천 가평 남양주 의정부 양주


을 다녔는데 유일하게 안 간 지역은 충청북도다. 다음에 다시 전국 자전거 여행을 간다면 충청북도는 물론 제주도까지 다니고 싶다.


151.68
km가 하루에 가장 많이 달린 거리다. 이 때가 고양~천안을 달린 여행의 첫번째 날이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늦게 천안에 도착하면서 위기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평소 운동거리보다 4~5배 정도 더 많이 달려서 다음 날에 엄청난 근육통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다.











5
일 동안 노숙을 했다.
딱히, 며칠을 노숙하고, 며칠을 찜질방이나 여관에서 해결할지 생각하지 않고 기본적인 찜질방 정보만 조사해서 여행을 갔다. 지방 쪽에선 찜질방 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곳이 없거나 찜질방이 있더라도 시설이 여의치 않은 곳이 많았다. 처음에 노숙을 할 때는 당황이 되기 짝이 없었으나 그 뒤로는 노숙하는 게 아무렇지 않았다. 사실 돈을 아끼고자 노숙을 더 할 수도 있었으나 휴대전화을 충전하고 몸을 씻고자 어쩔 수 없이(?) 찜질방에 간 적도 있다.



60.23
km/h가 여행 중에 측정된 최고 속력이다. 여행 8일째인 순천~사천을 달렸던 날에 찍은 기록이다. 순천에서 광양으로 넘어가는데 언덕이 꽤 나오고서 광양으로 빠지는 국도가 거의 직선에 내리막길이 쭉 이어져서 이 정도 속도가 나왔다. 짐이 없었다면 65~70km/h정도 나왔을 것 같다.






2005.87km가 이번 여행 거리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2000km를 넘겨야 겠다고 목표를 세운 것은 아니었지만 여행 중에 생각보다 길을 쭉쭉 늘여서 가면서 결과적으로 2000km를 아주 약간 넘게 달렸다. 여행 후반에 염증에 시달리지 않았고 비가 오지만 않았다면 100~200km정도는 더 달렸을 것이다. 이번 여름에도 자전거 여행을 한다면 일정을 더 길게 잡아서 주행거리는 3000km정도로 잡고 답사도 더 깊이 있게 하고 더 많은 지역을 다니고 싶다.

설정

트랙백

댓글

2008 전국 자전거 여행 - 마지막날 의정부~고양

자전거/여행기 2009. 1. 14. 10:51
2008년 8월 14일 목요일

오랜만에 편한 곳에서 있어서 그런지 늘어지게 TV를 보다가 자고 일어났다. 아침을 가볍게 먹고 다시 TV를 보면서 뒹굴거렸다. 원래 계획상으론 파주시의 헤이리와 통일전망대를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거긴 집에서도 하루 안에 왕복을 할 수도 있는 거리라서 언제라도 시간만 여유가 된다면 갈 수 있단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집에서 늘어지게 쉬고 싶은 마음에 바로 집으로 향하기로 했다.

 출발하려고 자전거를 보는데 왜인지 모르게 뒷바퀴가 축 가라 앉아 있었다. 어찌된 일일까? 어제 분명히 튜브를 교체했고 의정부 시내에서 이모댁까지 오는데 바퀴에 펑크가 났을 것 같진 않은데 바퀴가 바람이 빠져있었다. 일단 펌프로 바람을 넣어봤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금세 바람이 빠진다. 당최 원인을 알 수 없어서 동네에 있는 자전거포에 자전거를 끌고 갔다. 자전거포 주인은 바퀴를 한번 보더니 단지 밸브가 제대로 안 잠겨져 있다고 말했다. 튜브를 교체하면서 밸브 형태를 슈레더에서 프레스타로 바꿨는데 프레스타 밸브는 여태까지 한번도 써본 적이 없어서 내가 정확한 방식으로 밸브를 잠궈 두질 않은 것이다. 밸브를 제대로 잠근 뒤에 바람을 충분히 채우고 출발했다.

갓길이 없는 도로- 100번 고속국도 교차로가 나온 뒤에 조금 달리기 편해졌다.


  의정부에서 고양까지 가는 길이야 워낙 차로 많이 오갔기 때문에 길을 찾는 것에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가능동을 벗어나면서 길이 북한산 계속 사이를 관통해가는 것이라서 오르막길이 계속 되어서 처음부터 힘을 뽑아내야 했다. 게다가 도로는 4차선으로 상당히 좁은 편이라서 갓길이 거의 없고 불량한 곳이 상당히 많았다. 그래도 그 길은 100번 고속도로와 만나는 곳에서 상당수의 차량이 고속도로와 빠졌기 때문에 약간은 수월해졌고 곧 이어서 오르막길이 끝나면서 길게 내리막길이 계속 되었기 때문에 내지르면서 달리기 좋아졌다.

뮝...뮝미... 어떻게 가라는겨..?


 앞으로도 계속 가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는데 장흥역을 지나서 있는 표지판은 상당히 복잡해서 바로 알아보질 못해서 지방도로 잘못 들었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일이 있었다. 원래 타고 있던 국도를 다시 타고 가니 금세 고양시에 들어갔다. 물론 집까지 가는데 왔던 만큼 더 가야 했으나 시각의 압박도 없었고 경사가 심한 길이 많은 것도 아니었으며 마지막이란 생각에 걸릴 것이 없었다. 집까지 거의 다 왔다는 이정표처럼 여겨지는 낙타고갯길을 넘고 원당역까지 왔다. 동네에 가까워질수록 여행 중이라는 느낌보다는 동네에서 운동 삼아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긴장은 풀어졌고 편했다.

드디어 고양시 입성


멀리 보이는 언덕- 집까지 다 왔다는 것을 알리는 이정표와 같다.


 화정을 지나서 민방위 교육장을 지날 갈 때쯤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다. 화정에 나와서 장을 다 봤는데 화정에서 외식을 하자고 말씀하셨다. 바로 핸들을 돌려서 화정의 *마트에서 어머니를 만났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바로 옆 건물에 있는 스시**에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먹는 회전초밥이자 이번 여행에서 가장 호화로운 음식이었기에 상당히 기대했으나 회전 초밥집의 초밥치곤 별로 맛이 없어서 전라남도의 풍성하고 맛이 있는 백반이 오버랩됐다. 점심을 다 먹고 나와선 어머니는 버스를 타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드디어 해냈다는 엄청난 감동이 쓰나미 같이 밀려올 줄 알았지만 정말 이상하게도 덤덤했다. 집에 들어와서 샤워를 하고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TV를 켜고 베이징 올림픽 중계를 보기 시작했다.

덤덤하게 출발했던 것처럼 덤덤하게 도착-


주행시간 2시간 11분
평균속력 15.77 km/h
최대속력 56.89 km/h
평균RPM 73

하루/누적주행거리 35.82 km/2005.87 km



설정

트랙백

댓글

2008 전국 자전거 여행 - 17일째 춘천~의정부

자전거/여행기 2009. 1. 14. 10:30
2008년 8월 13일 수요일

 어제는 거의 반나절동안 비를 헤치면서 달린건 힘이 안 든 것은 아니었지만 땡볕 아래에서 달리는 것에 비하면 안락하게 산책나가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컨디션은 상당히 좋은 편이었으나 찜질방에서 창밖을 보니 하늘은 이것을 가만두지 않을 듯 찌뿌퉁하다. 어째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지만 일단 도심에서는 바로 비를 피할 곳이 많아서 달려보기로 한다. 찜질방이 있던 골목에서 나와서 신호를 받고 단 한블럭을 넘자마자 비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다시 한번 월드 스타의 강림... 지독하게도 많이 내렸다.


 바로 앞쪽으로 *마트 건물이 보여서 일단 *마트의 처마 밑으로 갔다. 당장 일기가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어서 집에 전화를 해보니까 앞으로도 계속 올 것 같다고 한다. 그래도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빗줄기가 약해지길 1시간정도 기다렸다. 그런데 도무지 빗줄기가 약해지길 않고 하늘을 봐도 계속 올 것 같아서 어제처럼 비를 헤치면서 달리기로 한다. 젖으면 안 되는 모든 짐을 패니어에 단단히 다 넣고 방수팩을 씌운 뒤에 빗속으로 뛰어든다. 필살의 전쟁터에 나가는 용사 같은 느낌보단 그저 길이 있어니 가는 방랑하는 맘으로 가니 쏟아 오르는 짜증을 살며시 밀어내고 덤덤하게 빗속을 뚫고 계속 간다.

 비는 어제보다 더 굵직하게 내려서 처음에는 비를 맞으면서 달리는 게 버겁게 느껴지다가 옷이 완전히 비에 젖고 그 상태로 어느정도 달리니 역시 어제처럼 다시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른다. 나는 제법 담담하게 유유자적(?) 자전거를 탔지만 내 옆을 스쳐 지나간 자동차 운전자들은 아마 미쳤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1시간 30분정도를 달리니 굵던 빗줄기도 점점 멈춰가고 저 멀리론 해가 나는 것이 보이니 조금만 더 가면 비가 완전히 그칠 것 같다. 원래 계획상으로는 첫번째 경유지로 고슴도치섬에 들렸다가 가는 것이었지만 비가 오는 통에 막무가내로 서울로 향하는 46번 도로를 계속 타고가는 통에 그냥 지나치게 되었고 비가 거의 그쳤을 무렵 ***마트와 국밥집이 있는 외진 상가건물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빗속을 헤치면서 달리느라 아침을 먹지 못해서 배가 고픈 것은 당연했다. 빗속을 달리면서 와서 그런지, 아니면 여행을 하면서 국밥을 하도 먹어서 질린 것이니 발은 절로 ***마트로 향했고 내 손은 절로 컵라면 하나를 집어 들었다. 계산을 하고 물을 붓는데 갑자기 나오는 검은 빛깔의 물. 실수로 온수 대신에 커피 정수기의 커피를 약간 부은 것이었다. 잘못한 것을 바로 알아차려서 나머지는 온수를 적절히 채웠다. 맛이 약간 역하지 않을까 했으나 약간의 커피향이 묻어나올 뿐 라면은 목구멍을 아주 잘 넘어갔다. 라면을 다 먹은 뒤엔 후식으로 보충 삼아 양갱하나를 집어 삼켰다.

마트에서 출발한 뒤에 찍은 사진- 바퀴가 내려 앉은 느낌 때문에 또 바퀴에 구멍이 난 게 아닌가 노심초사였다.


 비가 그쳐서 방수팩에 넣어두었던 물건들을 다시 채비하고 출발하려는데 왠지 모르게 뒷바퀴가 약간 가라앉아 있었다. 또, 바퀴에 펑크가 난 것이 아닌가하고 맘이 덜컹 내려앉았는데 펌프로 바람을 넣으니 이상하게도 큰 이상이 없어 보여서 그대로 출발했다. 비가 꽤 오랫동안 내려서 하늘이 맑게 갠 것 자체는 정말 좋았으나 반대로 생각하면 곧 지면이 달아오르면서 땡볕 아래에서 달려야 되는 것을 의미했으므로 마냥 상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춘천의 46번 국도는 그래도 자전거가 다닐만한 갓길이 계속 있었는데 춘천과 가평 사이에 있는 경강교를 넘어서면서부터는 갓길이 극도로 좁아지더니 결국 없어지게 되었다.

 비가 내린 뒤라서 맑은 하늘 아래 북한강은 물론 아름다웠으나 상대적으로 갓길없이 그 옆을 달리는 나는 차들의 무한 위협을 계속 느끼면서 달렸다. 남양주에 진입하기 전에 한 자전거 여행자를 만났는데 반바지를 입고 있었음에도 전혀 타지 않은 종아리는 그가 오늘 출발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금방 내가 따라잡았다가도 아직 체력이 따라지지 않은 그 여행자는 금방 나를 앞지르더니 유유히 지나갔다. 남양주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도로가 나타났으니 신국도와 구국도로 나눠진다는 표지판이었다. 신국도는 자동차 전용도로라서 이륜차는 구국도로 빠지란 말이 나와 있었으니 내가 가지고 있던 지도를 보고선 어떻게 빠질 수 있는지 알 수 없었고 그 표지판이 너무 늦게 나오는 바람에 구국도로 빠지지 못하고 신국도를 타게 되었다.

가평의 청평을 지나면서-


 신국도가 얼마간은 내리막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다고 느꼈으나 그것은 단지 진입 부분에서만 그랬고 오르막이 매우 길게 이어졌다. 내가 가지고 있던 지도에는 터널이 표시되어 있지 않았으나 경험상 이런 지형에서는 끝부분에 터널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역시 예상대로 터널이 나왔다.

 첫번째로 나온 터널이 모란 터널이었는데 그 터널에서 오른 쪽 끝으로 아주 천천히 타고 가는데 저 멀리에 앞서갔던 여행자가 자전거를 끌고 가는 것이 보였다. 사실 그 여행자는 구국도로 빠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처럼 타이밍을 못 잡고 신국도를 타게 되었거나 자동차 전용도로를 자전거로 달리는 찜찜함을 모르고 오게 된 것 같았다. 그 여행자는 여행 첫날이라서 호기로웠으나 터널의 그 공포를 바로 이겨내지 못하고 걸어가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옆으로 유유히 지나갔고 터널을 지나서 약간 내리막길이 나오더니 이내 오르막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런 방식으로 두번을 지나 마석, 호평 터널을 모두 지났다. 해는 가평으로 진입하면서부터 완전히 떴기때문에 도로가 다시 달아올라서 그 끔찍하지만 시원한 터널들을 지나는게 오히려 반갑게 느껴질 정도 열기가 내 목을 졸랐다.

인증 한 번 찍어주고- 아침에 비가 와서 버프와 토시를 안 했는데 결과적으로 얼굴과 팔이 홀라당 타버렸다.


남양주를 관통해서 가는데 나온 첫번째 터널인 모란 터널-


 오르내리막길을 땡볕에 지나면서 물을 완전히 다 마셔버렸고 다시 갈증에 몸부림을 치면서 달리다가 주요소가 나오면서 갈증을 충분히 해소한 뒤에 달릴 수 있었다. 거의 그 주요소를 기점으로 46번 국도에서 43번 국도를 갈아타고 이제 친척집이 있는 의정부까지 20km도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공복에도 밥심이 나는 것 같다. 43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다리 하나를 건너자 이번 여행에서 마지막 터널인 전도치 터널에 도착했다. 여전히 터널을 지나는 것은 끔찍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지체하지 않고 과감하게 뚫고 지나간다. 그 뒤로 내가 가진 지도에는 나와있지 않은 청학터널이 나왔지만 지도에 나오지 않은만큼 아주 짧은 터널이었고 역시 또 생각할 필요없이 넘어간다.

마지막 터널인 전도치 터널 앞에서...는 페이크고- 이 뒤로 청학 터널이 나온다. 의정부 시내까지는 12km


드디어 의정부에 입성-


의정부 시내보다 달리기 좋은 의정부 시내까지 가는 길- 완전히 새로 깔린 도로라서 달리긴 정말 편했다.


 그 터널을 지나서 무난한 평지가 나오고 너무나 익숙한 곳인 의정부시로 넘어간다. 시간은 완전히 널널하고 도심에 가까워지면서 거의 평지가 많이 나타나서 거의 힘든 곳이 없는 길이었다. 게다가 최근에 이 주변 지역을 개발해서인지 도로가 거의 새로 넓게 깔린데다가 다니는 차는 상대적으로 훨씬 적어서 달리기엔 아주 최적의 조건이다. 그 넓은 도로를 호젓하게 달리다가 도로가 좁아지더니 어렸을 때 수년간 봐왔던 의정부 시내가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시내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자전거가 나가지 않는 느낌이 든다.

 무슨 일인가하고 봤더니 아까 뒷바퀴에 바람이 빠졌던게 다시 시작된 것이었다. 구멍난 곳을 찾으려고 했으나 전혀 구멍난 곳을 찾을 수 없었고 고육지책으로 바퀴에 바람을 넣고 달리기를 계속 반복해서 의정부역까지 왔다. 도심에 들어온만큼 자전거포는 전혀 걱정할 필요없이 아주 많이 보여서 바로 자전거포에 들어 갔다. 튜브를 때울 수도 있었으나 자전거포에서 때우는 것보다 차라리 튜브를 교체하는 것이 차라리 낫단 것을 알고 있었기에 튜브를 교체했다. 튜브를 교체하면서 가지고 있던 찜찜한 느낌까지 완전히 날려버리고 무리없이 이모댁에 찾아갈 수 있었다. 고3인 친척 동생이 있어서 거실에서 시끄럽게 할 수는 없었지만 어찌되었든 노숙을 하거나 찜질방, 모텔에서 있는 것보다는 훨씬 편했기에 방에 들어가서 뒹굴면서 티비를 보다가 편하게 침대에 잠들었다.

이모댁에서 찍은 사진. 아파트 꼭대기 층이라서 꽤 멀리까지 내려다 보인다.



주행시간 5시간 36분
평균속력 16.42 km/h
최대속력 55.43 km/h
평균RPM 74

하루/누적주행거리 94.76 km/1970.05 km

설정

트랙백

댓글

2008 전국 자전거 여행 - 16일째 속초~춘천

자전거/여행기 2009. 1. 13. 22:28
2008년 8월 12일 화요일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부석사에서 생긴 염증이 약간 남아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까 완전히 없어졌다. 어제는 시원한 해풍을 맞으면서 달려서 땀도 비교적 적게 흘렸고 꽤 일찍 찜질방에 도착해서 충분히 쉬었기 때문인 것 같다. 고질병 같던 염증도 없어졌겠다, 휴식도 충분히 취했겠다, 시간도 충분해서 지도까지 확실히 봐두었으니 고성까지 가는 출발은 한없이 가벼웠다.

고성군에 들어가면서- 여기까진 그대로 발걸음이 가벼웠는데...


 그러나 상대적으로 하늘은 매우 무거워서 금방이라도 월드스타가 강림할 것 같았다. 고성 시내까지 거리는 대략 20여km정도였는데 그 전에 비가 내릴 것 같아서 페달을 빠르게 밟아야만 했다. 고성까지 가는 길은 7번 국도 뿐이었기 때문에 속초 시내를 나와선 길을 찾느라 고민하지 않고 계속 달릴 수 있었다. 적어도 고성에 도착하기까진 비가 안 오길 바랐으나 그것은 대부분의 경우에 그렇듯이 바람에 불과했고 5km를 남겨두고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사실 비가 왕창 내릴 것을 예상하여 비를 잠시 피할 수 있는 버스정류장이나 건물을 지날 때면 은근히 속도를 늦추다가 다시 속도를 붙이곤 했는데 이정도 비라면 무리 없이 고성 시내까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평속 20여km/h정도로 달리니 멀리서 보이던 고성 시내는 금새 가까워졌고 도착에 가까워지니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는 것 같아서 더욱 빨리 페달을 밟아 고성 버스 터미널 반대편에 보이는 음식점으로 비를 피했다.

김치찌개를 먹고 있는데 밖에선 비만 계속 내리고...


 김치찌개를 주문해서 천천히 밥을 먹고 있으니 비는 점점 굵어지더니 자전거를 타긴 위험해 보이는 수준까지 비가 많이 내렸다. 비가 그치길 기다리면서 아침을 아주 천천히 먹었지만 비는 도무지 그치질 않았고 밥을 다 먹어도 빗줄기가 가늘어 지지 않아서 계속 머물면서 여행기를 쓰고 지도를 보면서 계획을 검토했다. 거의 2시간 정도 그렇게 있다가 보니까 빗줄기가 약간 약해져서 건너편에 있는 시외버스 터미널로 자리를 옮긴다. 그다지 안 좋은 경우엔 버스를 타고 춘천까지 날아가는 것까지 생각해야 될 것 같아서 버스의 시간표를 보니까 춘천까지 직행하는 버스는 2시에 출발한다. 고성의 통일 전망대를 갔다가 돌아오기엔 상당히 빠듯해 보였지만 그래도 잘만하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조금 기다리자 비가 거의 그친 것 같아서 고성의 통일전망대로 출발했다.

 비가 꽤 많이 내린 상태라서 도로 곳곳에 물웅덩이가 꽤 많았고 비가 오는 날임에도 통일전망대로 향하는 관광객이 꽤 많았는지 차들은 끊임없이 와서 달리기엔 그다지 안전하지 않았다. 그런데 재수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고성 시내를 벗어나자 마자 빗줄기가 생기더니 빗줄기는 고성 시내에서 내렸던 것처럼 굵어졌다. 일단 패니어에 카메라와 응급상자 주머니(?)를 쑤셔 넣고는 방수팩을 씌운 뒤에 다시 출발했다. 처음에는 빗줄기가 내 몸을 때리면서 성질을 열심히 돋우었지만 이내 나와 비는 물아일체가 되어서 내가 빗줄기인지 빗줄기가 나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빗줄기를 헤치면서 통일전망대 앞에 있는 출입신고서에 도착하게 되었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얻은 정보에서 고성의 통일전망대는 자전거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어서 출입신고소에서 셔틀을 타거나 히치하이킹을 해야 한다고 했기에 자전거를 주차하자 마자 출입신고서에 들어가 히치 하이킹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어찌나 냉혹한 살인마와 같았는지 분명히 자리는 충분한데도 모두가 다 자리가 없다는 핑계로 히치 하이킹을 거절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바꿔서 생각해보았더니 내가 그 사람들 입장이라면 비를 쫄딱 맞아서 옷은 완전히 축축하고 냄새를 미친듯 풍기는 여행자를 선뜻 차에 태워주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경주용 차량 탄 줄 알았다.


 어쩔 수 없이 피 같은 5000원을 희생해서 셔틀을 타고 가게 되었다. 12시에 출발할 예정이었는데 셔틀을 타는 한 부자가 늦게 오는 바람에 12시 20분쯤에야 출발을 했다. 아무리 익숙하고 뻔한 길이라지만 셔틀 버스 기사는 차를 상당히 흥미롭게 몰았다. 길은 직선이 아니라 제법 굽이졌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환상의 코너링을 보여주면서 아주 빠르게 우리를 전망대까지 데려다 주었다. 관람시간을 30분정도 줄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1시 30분에 출발을 한다고 했다. 2시까지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는 것은 일말의 가능성으로 남겨두고 있었는데 이로서 아예 널널하게 보내기로 했다.

봉지만두를 물에 풀어서 끊인 만두국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당연히 통일전망대도 식후경이 아닐리 없었다. 만두국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특별히 맛이 있을 것이라곤 생각지 않았지만 이것은 마치 냉동포장 만두를 대충 물에 넣어서 끊인 것과 같았다. 어찌되었든 통일전망대도 식후경이었기에 여행 중에 항상 그래왔듯 만두를 마셨다. 식당에서 나와서 통일전망대에 올라갔는데 하늘이 너무 흐려서 저 멀리 북한은 너무나 흐려 보였다. 이쯤에서 사진을 한장 정도는 찍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근처에 있던 사람에게 부탁해서 사진을 한장 찍고 그럼에도 시간이 남아서 6.25전쟁체험전시관에 들어갔다.

비가 와서 안개에 가린 북한땅

비를 쫄딱 맞고 거지 아우라를 뿝어내고 썩은 미소를 지으면서-


통일을 기원하는 동상들


 입구 쪽에서는 2MB가 어떻게 대북정책을 펼치고 있는 뻘글이 약간 있었는데 그 뒤로는 아주 구닥다리에 딱 보기에도 한동안 바꾸지 않았단 생각이 드는 오래된 전시품들로 가득 차있어서 정말 볼 것이 없었다. 그 전시관에서 나오니 시간이 거의 다 돼서 셔틀에 다시 올라탔다. 다시 한번 흥미진진하기 짝이 없는 셔틀 레이스를 즐긴 뒤에 출입신고소에 도착했다. 왔던 길을 따라서 다시 고성 시내로 페달을 밟아갔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으나 이미 비와 나는 물아일체의 경지를 뛰어넘기 때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가서 고성 시내에 도착했다. 예상대로 시간의 춘천행 셔틀의 출발시간인 2시를 훨씬 넘겼다.

출입신고서에서- 전망대에 갔다가 오니까 자전거가 3대 늘었다.


 이제 춘천으로 가는 버스는 없었고 춘천의 옆에 있는 홍천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했다. 홍천에서는 춘천까지 가는 버스가 많다고 하니 홍천을 경유해서 춘천까지 가기로 했다. 다음 버스를 타기 위해선 4시 30분까지 기다려야 했다. 여기서 다시 한번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는데 버스를 타고 진부령을 넘어갈지 아니면 고성에서 하루 머물러 갈지 결정하는 문제였다. 일단 한블록 아래에 24시간하는 찜질방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고성에서 하루 머무르는 것은 큰 문제가 없었으나 다음 날의 날씨를 어떻게 보장할 수도 없는 것이기에(라고 쓰고 ‘진부령을 넘기 싫었기에’고 읽는다) 결국 버스를 타고 진부령을 넘기로 했다.

 사실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넘어가는 것은 전혀 계획에 없던 일이기에 버스에 자전거를 어떻게 실어야 되는지 정보를 알아 보질 않았다. 그냥 편하게 한대쯤은 시외버스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4시 30분까지 터미널에서 온몸을 말리면서 버스를 기다렸다. 시간이 되자 버스가 도착했는데 자전거 한대쯤은 바퀴를 분리하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했던 것은 오산이었다. 아무리 넣으려고 해도 아나 들어가자 앞바퀴를 빼려는데 성질 급한 운전기사는 그 잠깐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출발해버렸다. 할 수 없이 다음에 출발하는 차인 5시 30분 차를 타기로 하고 다시 터미널에 앉아서 죽치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버스표를 넣어두었던 지갑을 보는데 버스표가 없어졌다. 혹시하는 맘에 정거장 쪽으로 가서 나가보니까 빗물에 거의 반정도는 짓이겨져서 어떤 버스표인지 알아 볼 수 없게 되었다. 우선 매표소에 가서 문의를 하니 이렇게 된 경우에 버스표로 인정될 수 없다면서 사정이 딱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홍천가는 버스표에 무려 만원이나 썼는데 또 다시 버스표를 사는 것은 남은 재정이 거의 절망적인 상태까지 치달아버려서 매표소에 열심히 굽신굽신거리니 자신이 버스기사한테 말을 해서 해결해준다 했다. 지겨운 1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버스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확실히 앞바퀴를 자전거에서 분리한 뒤에 앞바퀴와 남은 차체 모두를 짐칸에 안전하게 싣고 출발했다.

 10여일을 넘게 계속 자전거만 타다가 갑작스레 대형버스를 타니 엄청나게 이질감이 느껴졌는데 그런 느낌은 비를 쫄딱 맞으면서 도로를 달렸던 피곤에 밀려 금세 잠으로 변했다. 밖은 비가 치적치적 내리고 나는 비몽사몽인채로 1시간 30분을 달려 버스는 홍천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내려서 버스 시간표를 보니 춘천가는 버스는 10분 뒤에 바로 있었는데 다른 목적지에 눈이 가기도 했으니 바로 고양행 버스였다. 저 버스를 타고 화정에 도착해서 산책하듯 집으로 와서 집에서 씻고 잔다면 얼마나 편할지 상상을 하니 당장이라도 표를 끊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허무하게 여행을 끝을 내고 싶진 않아 마음을 다시 가다듬는다.

뼈다귀 해장국- 생각보단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맛은 좋았다.


 춘천으로 가는 버스표를 사서 버스에 올라타니 금방 버스가 출발한다. 터미널을 빠져서 국도를 타더니 고속도로로 빠져서 정신없이 달린다. 홍천까지 오면서 잠을 약간 자서 그런지 정신은 맑았고 그 상태로 창 밖을 보니 현기증이 나는 것 같다. 느리지만 여유있게 가다가 빠르지만 정신없이 갑작스레 달리니 그런 것 같다. 자전거로 달렸다면 1시간에서 2시간 정도는 걸렸을 거리를 20분만에 주파를 하니 현대 문명의 위대함을 뜬금없이 느낀다. 춘천 시내에 들어서선 중간에 몇번 정류장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버스 터미널 쪽이 번화가일 것 같아서 버스 터미널에서 내리니 춘천의 구석진 곳이라 지나쳤던 정류장까지 다시 자전거를 타고 왔다. 저 멀리로 대규모로 보이는 찜질방이 보여 확실히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지나가는 길에 있던 해장국집에서 뼈해장국을 먹으면서 속을 달래고 찜질방으로 갔다.

주행시간 3시간 35분
평균속력 18.89 km/h
최대속력 44.73 km/h
평균RPM 76

하루/누적주행거리 67.72 km/1875.29 km

설정

트랙백

댓글

2008 전국 자전거 여행 - 15일째 삼척~속초

자전거/여행기 2009. 1. 13. 06:48

2008년 8월 11일 월요일


  어제 그렇게 심하게 달렸고 염증에 시달렸는데도 비교적 충분히 잠을 자서인지 컨디션은 좋은 편이었다. 태백산맥을 넘고도 언덕길을 계속 오르내렸던 어제였지만 오늘만큼은 차도 그다지 많지 않고 경사도 크게 없고 무엇보다 시원한 해변도로를 달릴 수 있다는 생각에 어제와 같은 부담감은 없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어서 목표지로는 속초시 바로 아래의 양양군으로 약간 적게 잡고 나서 달린다. 어제 삼척 시내로 들어오고자 터널을 지난 뒤론 계속 내리막길이었기 때문에 삼척에서 벗어나고자 거의 바로 오르막길이 등장하지만 어제에 비하면 약과를 먹는 것과 같았다.

삼척에서 동해로 가는 언덕길- 저 길만 넘어가면 금방 동해시다.


  어느 정도는 달려야 삼척시와 동해시의 경계에 도착할 줄 알았는데 언덕 하나를 넘어서면서 바로 동해시로 들어간다. 20km/h의 평속으로 꾸준히 1시간 정도 페달을 밟아가니 금방 동해시의 절반을 넘게 지나갔고 그대로 달린다면 점심이 되기 전에 매우 여유롭게 강릉시내까지도 갈 수 있다고 예상이 됐다. 국도와 따로 분리된 해변도로는 아니라서 차량은 생각보다 많았지만 해변인 만큼 덥지도 않았고 큰 어려움 없이 페달을 저어가니 동해를 거의 다 지났다. 시간은 8시가 약간 넘어서 강릉의 경계쯤에 가서 아침을 먹는 게 좋겠단 생각에 무난하게 계속 달렸다. 그런데 분명히 평지이거나 경사가 있더라도 아주 낮은 수준의 경사인데 이상하게도 속도가 20km/h를 내기도 힘이 버겁다. 바로 직감을 했다. 자전거 바퀴에 구멍이 났음을... 자전거에 내려서 자전거 바퀴를 손가락으로 꾹 눌러보니 역시 평소보다 훨씬 푹푹 들어가는 것이 그냥 바람이 빠진 게 아니라 구멍이 난것이다.

  가던 길이 갓길이 없는 도로라서 바로 손을 보진 못하고 수십 미터를 달리니 이름이 입에 감기는 망상해수욕장에서 자전거를 세워 바퀴를 보기로 한다. 우선 림에서 타이어를 빼는데 타이어를 뺴는 주걱을 2개씩 번갈아가면서 하다가 주걱을 림에 제대로 걸지 않아서 1개가 부러지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어쩔 수 없이 낑낑거리면서 주걱 한 개로 림에서 타이어를 빼냈다. 이번에는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펑크이기를 바랐으나 나의 바람에 불과했다. 바퀴에서 튜브를 분리하고 나서 바람을 넣고 바람이 어디로 빠지는지 알아보려고 했으나 아주 천천히 바람이 빠질 뿐 도무지 어디에 구멍이 났는지 알아낼 길이 없었다. 그래서 물통과 충분한 물을 구하려고 했는데 물통은 아직 열지 않은 포장마차 옆에서 바로 구할 수 있었으나 튜브를 담을만한 물이 없다. 저 멀리 바닷가에서 바닷물을 퍼올 수 있으나 염분이 있어서 왠지 찜찜하고 계속 둘러보다가 위쪽에 있는 민박집에 간다. 본체와 떨어져 있는 집 같았는데 불러도 사람은 없고 문은 열려 있어서 무작정 들어가서 물을 채워서 본격적으로 펑크를 때우는 작업을 한다. 물통에 튜브를 담가 바늘 만한 구멍을 찾을 수 있었고 나머지는 큰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었다.


구멍 수리 중에...이 삽질을 두번이나 했다.


  펑크를 때우는 것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펑크난 곳을 찾는 과정에서 무려 수 십분을 보내서 시간은 어느덧 9시가 넘었고 배도 이제 서서히 등가죽에 붙어 가려는 만큼 빨리 강릉까지 진입해서 밥을 먹고 싶어졌다. 망상(‘delusion’이 아니라 지명이름이다.)을 벗어나니 바로 강릉의 경계를 넘을 수 있었고 일단은 무작정 7번 국도 번호가 나온 표지판을 보고 달린다. 그런데 또 이상하게도 역시 속도가 안 나는 상황. 펑크를 때운 지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다른 곳이 구멍이 난것일까? 갓길에 바로 자전거를 세워서 찾아본다.

  주변에 음식점이나 주요소는 없이 완전히 도로만 덩그러니 있는 곳이라서 바늘구멍같이 작은 펑크라서 찾기 힘들면 어쩌나 했으나 다행스럽게도 이번엔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펑크다. 아까보단 손쉽게 펑크를 때우고 나서 출발을 했다. 그리곤 원래 계획대로 7번 국도를 계속 타고 달리는데 멀리서 보기에 산을 뚫고 지나가긴 하는데 평평하게 뻗어나가는 게 아니라 오르내리막이 계속되는 길이라서 상당히 힘들어 보인다. 게다가 산을 뚫고 가기에 나오는 터널 역시 쉽게 피해갈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역시나 이런 길은 정말 가기엔 몸서리가 친다. 그런데 아침에 출발하기 전에 해안도로 쪽으로 가는 것이 약간 돌아가더라도 편하게 갈 수 있다고  아버지가 문자로 말씀해주셨기에 동해 2터널은 바로 지나간 뒤에 나오는 갈림길에서 바로 해안도로 쪽으로 빠졌다.

 그 길로 빠지자 확실히 거의 평평한 길에 차량도 많이 줄어서 달리기는 약간 수월해졌다. 이어서 익숙한 지명인 정동진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나오고 작년 겨울에 가족 이 근방으로 여행을 왔을 때 잠깐 들렸던 모래시계 공원이 나온다. 약간 감회에 젖었으나 새벽에 출발해서 펑크 때우느라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캐)삽질을 하고 아침은 양갱 2개로 때워서 배가 고파 뱃가죽이 말라비틀어지니 그런 감상에서 바로 벗어나서 힘차게 페달을 밟아 나아갔다. 계속 달려가니 역시 또 작년 겨울에 한번 봐서 눈이 익은 통일공원 앞의 북한 잠수함이 보이고 이내 강릉 시내로 가는 길로 들어섰다. 마음 같아서는 강릉 시내에서 점심을 먹고 싶었으나 물도 떨어진 상태에서 배가 고파 힘이 나지 않아 평소보다 약간 빠르게 점심을 먹기로 하고 길가에 있는 음식점에 자전거를 세웠다.


시원한 에어콘 바람을 쐬면서 먹는 백반- 아침을 안 먹어서 더 꿀맛이다.


 푹푹 찌던 바깥에 있다가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게 돌아가는 실내로 들어와 일단 냉수 한 사발을 들이켜 정신을 돌리고 식단을 보니 역시 백반이다. 텔레비전에서 하는 베이징 올림픽 중계를 여유롭게 보면서 시원하게 국에 밥을 한 공기 먹으니 이제야 좀 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예상되는 경로도 크게 압박스러울 것 같진 않았기에 한껏 더 여유롭게 쉬다가 다시 또 출발한다. 출발을 하면서 불현듯 아까 펑크를 때우면서 어찌 된 영문인지 부러진 바퀴살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자전거포가 나오면 어떻게 해서든 바퀴살을 다시 달고 자전거도 전체적으로 손을 봐야겠단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시내로 들어와서 언덕 위에 있는 철길을 넘어 쭉 내려오니 자전거포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때마침 다른 자전거 여행자가 자전거를 정비를 받고 있어서 그 여행자와 잠시 얘기를 나눴다. 인상은 왠지 시골의 청년 같은 순박하게 생긴 남자였는데 회사에 여름 휴가를 내고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단다. 여유롭던 차에 그 여행자가 조금이라도 같이 가고 싶었으나 그 사람은 북쪽에서부터 부산 쪽으로 향한 쪽이라고 하니 아쉽게도 그러진 못했다. 자전거포의 아저씨는 내 자전거를 보더니 어쩌다가 바퀴살을 부러뜨려 나면서 구수한 사투로 알아 들을 수 없게 구시렁구시렁하시더니 이내 바퀴살을 쉽게 달고 크랭크와 페달 쪽은 잠시 봐준다. 말투는 약간 퉁명스러웠으나 내게 어디로 가는지 묻더니 강릉 시내를 거쳐서 속초 쪽으로 가고 있다고 하니 골목길을 통해서 강릉 MBC를 거쳐서 가는 쉽게 빠지는 길을가르쳐주니 과연 시크하지만 손님에게 친절한 강릉 남자였다. 아주 엄청난 서비스를 받은 것은 아니었음에도 그런 작은 친절이 기분을 한층 돋우어주고 정비를 받아 정비를 받기 전에 약간 찜찜한 느낌까지 사라지니 자전거의 모든 부품을 한단계씩 업그레이드를 하고 달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자전거 도로가 나와서 좋아했는데...


 시크한 강릉 남자의 말대로 길을 따라가니 그대로 경포대까지 금방 빠질 수 있는 매우 넓은 길이 나온다. 게다가 자전거 도로까지 넓게 있어서 한층 기분은 더 좋아졌다. 그래서 자전거 도로를 약간 달리는데 자전거 도로가 마치 대륙의 판끼리 엇갈리는듯해서 뾰족하게 쏟은 부분이 상당히 많아서 속으로 마구 욕을 하면서 이내 차도로 내려와서 달렸다. 작년 겨울에 강릉에 왔을 때는 경포호의 경포대가 보수 공사 중이라서 직접 올라가 보지 못했던 게 상당히 아쉬웠던 지라 이번엔 꼭 경포대를 가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달리다가 보니까 경포대가 있는 반대 방향으로 그저 쭉 올라왔단 것을 경포대의 맨 끝에 가서야 느끼게 되었다. 물론 경포대까진 그다지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한번 지나온 길은 다시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절대불변의 진리가 나를 힘차게 감싸고 있어서 그냥 그대로 지나갔다.

이내 지각변동 자전거 도로가 나왔다


경포대를 지났다는 허탈감에... 경포호를 바라보면서-


경포대의 끝에 가니 경포해수욕장이 나왔는데 역시 한창 물놀이를 할 시기이니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고 그만큼 착한(?) 여성분들이 많아서 안구를 시원하게 정화시킬 수 있었다. 경포대를 지나기 전에 지각 변동 자전거 도로와 달리 해안도로 쪽의 자전거 도로를 새로 포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철사 따위의 찜찜한 이물질이 거의 없었고 관광 목적으로 도로를 깐 만큼 시원시원하게 잘 깔렸으니 한층 더 힘을 내서 달렸다. 경포 쪽을 벗어나선 국도로 가는 길과 해안도로로 가는 길이 나왔다. 확실히 국도로 가는 것이 단순히 거리로만 따지면 가깝긴 해도 땡볕에 달아올라 계란후라이를 할 정도로 달아오른 도로를 달리긴 역시 너무나 싫었다. 멀더라도 갈수있는만큼 해안도로를 달리기로 했다.


'관광용' 자전거 도로


 역시 해안에 있는 도로라서 해풍이 선선하게 계속 불어오니 계속 열을 식혀주니 계속 30km/h로 넘게 달려도 지칠줄을 모르고 계속 달렸다. 해안선을 따라서 이리저리 복잡하게 갔어도 정말 말그대로 신바람나게 달려서 50km정도 되는 거리를 1시간 30분도 걸리지 않아 주파하고 오늘 목적지로 생각한 양양군에 입성했다. 시간을 보니까 3시 20분 정도다. 오랜만에 푹 쉬는 것도 좋지만 체력이 충분할 때 달릴 수 있는만큼 많이 달리고 체력이 딸릴 때에 푹 쉬는 것이 더 좋겠단 생각에(무엇보다 염증이 언제 또 무섭게 찾아올지 모르기에!) 과감하게(?) 양양 위에 있는 속초를 목표로 달리기로 한다.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땡볕은 있었으나 해풍이 날 뒤에서 밀어주는 것 같았고 시원했다.

해안 도로 달리다가 뻘인증 한번 찍고-

자전거를 타다가 뒤를 보니...나는 자전거 타면서 시원한 바람이라도 쐬지....


 지도상으로 봤을 때는 양양군을 지나치는 것 같았고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다른 사람의 여행기를 보는데 양양공항을 지나가면서 찍은 사진을 본 기억이 나서 양양공항을 천천히 구경하면서 가게 될 줄 알았지만 도로를 따라가다 보니까 어느새 양양공항에서 한참 갈라진 길로 많이 와서 양양공항은 관제탑 하나조차 보지 못한채 지나갔다. 그래도 양양군은 조금 구경해야겠다고 생각을 해서 바로 속초로 빠지는 길을 가지 않고 양양의 시내 쪽으로 가보았는데 딱 보기에도 아직 많이 개발되지 않은 작은 도시라서 금새 양양시내에서 빠져서 속초로 가는 7번 국도로 갈아탔다.


양양군에 입성~


 양양 시내를 벗어나니까 낙산사가 나왔는데 상당히 놀라왔던 것이 국도 바로 옆의 언덕에 일주문이 이었다. 예전에 화재로 불에 탈 때는 금방 불이 안 잡히길래 큰 도로에서 약간 더 들어가야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 의외의 위치에 자리잡고 있었다. 시간적으로는 상당히 여유로웠지만 아직 완전히 복원된 상태가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기에 괜히 낙산사에 갔다가 전소한 숭례문을 보는 것처럼 속만 터질 것 같아서 잠깐 멈춰 서 일주문만 찍고 다시 핸들을 돌려서 달렸다. 낙산사를 지나서 2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저 멀리 건물들이 점점 보이기 시작하더니 속초의 입구의 설악해맞이공원을 지나 입성했다.


도로변에 있는 낙산사 일주문-

다리 건너 보이는 게 해맞이 공원이고 저 공원을 스쳐가면서 속초로 들어선다.


 아침에 펑크 때문에 (캐)삽질을 할 때만 해도 오늘 얼마나 달릴 수 있을지 상당히 앞길이 캄캄했는데 해안도로는 빙판에서 쭉쭉 미끄러지듯 쉽게 달려서 원래 목표보다 도시 하나를 더 오니 정말 더 여유로워졌다. 해가 언제 질지 몰라 전전긍긍할 것도 없었고 체력이 거의 바닥나서 페달을 한발씩 밟을 때마다 영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으로 달릴 일도 없었기에 술렁술렁 동네 산책가듯 달리니 속초 해수욕장 앞을 지나게 되었고 아까 강릉에서처럼 사람이 상당히 많았기에 그때처럼 안구를 다시 한번 시원하게 정화하고 시내에 들어서면서 보이는 분식집으로 들어갔다.

 라면 하나와 김밥 한줄을 시켜먹었는데 김밥은 그냥 먹을만했으나 라면은 내가 분식집에서 먹은 최악의 라면 1위로 당당히 뽑아주고 싶을 만큼 맛이 없었다. 심지어 그 흔한 계란조차 단 한 개도 들어 있지 않아서 사소한 라면 한 개가 내 분노게이지를 채워줬다. 그래도 주인 아주머니는 친절했기에 훈훈한 대화를 하면서 저녁을 먹고 찜질방을 찾아 나섰다. 보통 저녁을 먹고 적절한 찜질방을 찾는데 10여 분에서 20여 분 정도 걸리는 게 보통이었는데 운이 좋게도 바로 옆 블록에 있는 건물에서 찜질방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들어가서 보니 자전거를 보관하기에 적절해 보여 오늘은 여기서 짐을 풀기로 했다. 


나를 분노하게 했던 라면- 그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었다.


주행시간 7시간 8분
평균속력 17.52 km/h
최대속력 54.84 km/h
평균RPM 71

하루/누적주행거리 124.92 km/1807.57 km

설정

트랙백

댓글

2008 전국 자전거 여행 - 14일째 봉화~삼척

자전거/여행기 2009. 1. 12. 18:29
2008년 8월 10일 월요일

어제 밤에는 땀에 쩔어서 사타구니에 염증이 생긴 것도 있고 너무 더워서 홀딱 벗고 잠이 들었는데 역시 산 속이라서 그런지 추워서 잠시 깼다가 이불을 챙겨 덮고 푹 잘 수 있었다. 어젠 꽤 일찍 잠이 들어서 그런지 평소보다도 30분 정도 일찍 일어날 수 있었는데 창밖을 보니까 안개가 너무 자욱해서 후미등 하나만을 믿고 가기엔 너무 위험할 것 같았다. 그래서 몸을 풀어주면서 안에서 30분 정도 머무니(결과적으론 출발시간은 똑같아진…) 안개가 차츰 걷어가는 것 같아서 정리를 해서 서서히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안개가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니라서 무리하지 않고 중단으로 페달을 밟아 나아갔다.

아침의 짙은 안개- 후미등을 켜고 가더라도 차에 받히기 딱 좋은 날씨다.


 자전거를 타고 태백산맥을 넘어가는 길이라서 계획한 넘는 경로 자체는 그다지 길지 않았지만 어느 때보다 오르막이 많을 것이라 예상이 되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달렸다. 봉화군에서 울진군까지 가기 위해선 36번 국도를 타고 가는데 지도상으로는 이름이 붙은 고개가 합쳐서 6개나 되어서 지도를 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났다. 첫번째로 짙은 안개를 해쳐가면서 노루재를 만났는데 첫번째 고개라서 그런지 몰라도 생각만큼은 힘들지 않게 고개에 올랐고 정상에 오르자 바로 다리를 건너서 노루재 터널이 연결되었다. 언제나처럼 터널의 길이에 상관없이 터널을 자전거 타고 건너는 것 자체가 충격과 공포였지만 이 길을 지나다니는 차량은 관광객들 빼곤 없는 것 같아서 비교적 무난하게 터널을 통과할 수 있었다.

법전3교 앞에서 이 뒤로 바로 노루재 터널이 나오고 쭉 내리 지른다. 터널을 넘자자마 안개는 완전히 걷혀서 달리긴 수월해졌다.

 
 터널을 통과하긴 전까진 안개가 흘러가는 게 눈으로 보일 정도로 꽤 있었지만 신기할 정도로 터널을 지나자마자 안개는 싹 걷혔고 내리막길이 이어지는만큼 비로소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신나게 달리니 삼거리가 나왔는데 태백으로 가는 길과 울진으로 가는 길이 있었다. 이정표상으로는 태백이 울진보다 훨씬 가까웠으나 그것은 단순한 눈속임에 불과했고 태백으로 갔을 경우엔 우선 태백까지 태백산맥을 종단하고 또 태백에서 태백산맥을 횡단해서 속초로 가는 경로가 예상되어 거리상으로 짧을지 몰라도 엄청나게 힘들 것은 불을 보듯이 뻔했다.


 고민할 필요없이 울진으로 가는 36번 국도를 타고 가는데 계곡이 모이는 곳이라서 그런지 한가하게 계속에서 놀고있거나 여유롭게 아침을 짓는 관광객들이 많이 보여서 순간적으로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잠시였고 나는 그들보다 훨씬 힘들게 여행을 해도 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낀다는 생각에 힘을 얻어 언덕길을 천천히 밟았다. 지도상으로 맷재가 나와야 되는데 힘들게 느껴질만한 언덕은 없었고 쥐도새도 모르게 넘어서 계속 너머에 있는 회고개재를 올랐다.

태백산맥을 넘을 때 '마의 4언덕' 중에서 그나마 무난했던 회고개재- 가면 갈수록 힘든 언덕이 나왔다.


 그리곤 다시 내리막길. 경사가 큰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는 땡볕이라도 땀이 순식간에 증발하면서 시원하다고 느낄 정도였는데 아주 해가 내리지 않은 산길을 빠르게 내려오니 온몸을 덜덜 떨정도로 추위를 느꼈다. 오죽 추위가 심했으면 여행을 하면서 단한번도 꺼내 입지 않았던 윈드브레이커를 꺼내서 입을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윈드 브레이커를 입고 내리막길을 타고 내려오는 것은 10여분정도이고 이내 다른 고개를 넘으면서 땀으로 목욕을 하면서 오를텐데 계속 옷을 입고 벗기엔 번거롭다고 느껴서 덜덜 떨면서 회고개재를 넘어왔다.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곤스러웠던 게 언덕 하나를 오르면 오른만큼 쭉 내려와서 다시 또 올라야 했던 것이다. 울진까지 겨우 48km 밖에 안 남았지만 체감거리는 안드로메다 수준이다.


 회고개재를 넘으면서 어디서인지 모르게 기차소리가 들렸는데 평지길에서 다시 언덕을 올라갈 때쯤에 분천역이라는 곳이 있었다. 당장에 기차역으로 가서 자전거를 싣고 태백산맥을 횡단해서 속초까지 갈 상상을 아주 잠깐 하다가 다음 언덕인 꼬치비재를 넘어가면서 언덕 밑으로 그 상상을 굴렸다. 꼬치비재의 높이는 회고개재와 거의 비슷했고 경사도 크게 차이는 없는 것 같았지만 한번 고개를 넘어왔고 그만큼 힘은 힘대로 들고 배는 배대로 고픈 만큼 체감상 1.5배정도는 더 높게 느껴졌다. 회고재처럼 땀으로 샤워를 하고 꼬치비재를 오르니 다시 내리막이 이어졌다. 회고재보다 커브가 심한 편이라서 속도는 상대적으로 적게 내면서 내려왔으나 해는 여전히 들지 않은 산골이라서 다시 한번 온몸을 떨면서 고개를 내려왔다.

두번째 언덕인 꼬치비재- 커브때문에 속도는 내지 않았으나 해가 잘 들지 않는 산골이라서 온몸에 닭살이 돋을 정도로 추웠다.



꼬치비재를 다 내려와서 약간 더 가면 봉화와 울진의 경계에 있는 휴게소를 만난다.


 그리곤 계획대로 울진과 봉화의 경계에 있는 옥방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었다. 아침으로는 된장찌개를 먹었는데 식당 앞에 '경상도의 맛집'이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어서 은근히 기대를 했으나 경상도 음식은 내 입맛에 전혀 안 맞는다는 사실을 다시 깨우쳐주는 계기가 된 아침식사일 뿐이었다.

'경상도의 맛집'인 휴게소 음식점의 된장찌개- 하지만 정말 입맛에 안 맞았다.

유황버섯 양갱에 이은 레어 아이템- 가격은 모두 똑같은데- 맛은 밤양갱>오곡양갱>유황버섯양갱>양갱


휴게소에서 출발하기 전에 한 장- 울진군 표지판이 맞이하고 있다.


어찌되었든 배를 채웠으니 일지를 쓰면서 약간 휴식을 취하다가 끔찍한 태백산맥 횡단에 다시 나섰다. 오르막길이라도 배를 충분히 채운만큼 밥심으로 페달을 시원스레 밟아 나갈만도 했으나 휴게소 전에 넘었던 고개들보다 훨씬 구불구불하고 경사도 훨씬 심하게 이어지니 어쩔 수 없이 간간히 끌바를 하면서 가야만 했다. 앞서 넘었던 고개들에선 바로 아래쪽으로 왔던 길이 보이는 경우는 없었지만 답운재에서는 바로 아래쪽으로 왔던 길이 보이니 이렇게 높게 올라왔다는 생각에 내 자신에 뜨악했다. (이렇게 높은 곳을 자전거를 타고 넘어갈 생각을 하다니..)

사진 상에선 잘 보이지 않지만 저 나무 사이로 보이는 곳에서부터 여기까지 올라왔다.


가장 난이도가 높았던 답운재- 고도 자체도 높고 길도 가장 구불구불한 길이라서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힘겹게 답운재를 알려주는 이정표까지 올라와 꽤 내려간 뒤에 마지막 고개인 대우치를 넘어갈 생각을 하면서 잠시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다. 역시나 감기에 걸린 것처럼 오한전율을 하면서 내리막길을 내려오는데 이상하게도 다시 오르막으로 변하지 않고 거의 끊임이 없다고 느낄 정도로 계속 내려간다. 지도가 잘못 나온 것일까? 대우치는 나오지 않고 내리막길로 계속 치달린다. 대우치가 나오지 않은게 약간 의아하긴 했지만 오르막길을 가지 않고도 공짜로 내리막길을 간다는 느낌에 기분은 한층 좋아서 더 신나게 치달린다.

  그 기분으로 계속 달리다보니까 불영계곡 군립공원이 나오는데 이번 여행에서 가장 경치가 좋다고 생각할 정도로 정말 깎아지른 절벽들이 안구를 정화시키는 절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거의 1시간이 넘게 내리막길을 달리니 서서히 경사는 줄어들다가 금새 울진으로 가는 길목이 나온다. 이 길목에서부터 7번 국도를 타고 갈 생각이었는데 신국도는 자동차전용도로로 지정이 되어있어서 할 수 없이 약간 돌아갈 것 같은 구국도로 가기로 한다.


  4차선으로 꽤 넓지만 지글지글 타오르는 신국도보다 2차선에 약간 좁지만 더 해변쪽으로 붙어있고 그늘도 약간 더 많은 구국도가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한다. 자동차들은 거의 대부분이 신국도로 빠져서 구국도로는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으니 자전거로 달리기엔 매우 최적의 조건을 갖춘 길이었다. 태백산맥 쪽에서 내리막을 한창 달리고도 평탄하고 차가 거의 없고 깨끗한 길을 달리니 기분좋게 달릴 수 있었으나 그렇다고 점심을 거르면서까지 계속 달리기엔 역시 힘이 부쳐서 신화라는 동네에서 길가에 있는 칼국수집에서 칼국수 한그릇을 비워낸다.

이 편한 길을 달릴 때만 해도 나는 도로 표지판에 낚인줄 몰랐다.


  사실 국수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칼국수의 국물이 정말 시원스레 들어가고 식당을 나서기 전에 식당 아주머니께선 내가 고생을 한다면서 내 물병에 얼음물을 손수 가득 떠주시니 더 힘을 얻었다. 그러나 단지 거기까지였다. 칼국수집에서 한창을 쉬면서 땀이 가득차서 그런지 어제 부석사 이후로 사타구니에 생긴 염증은 정말 심각해졌다. 악으로라도 자전거를 달리려고 했으나 페달을 밟을 떄마다 계속 피부가 옷에 쓸리면서 염증을 쿡쿡 찌르니 죽을 맛이다. 어찌되었든 힘겹게 힘겹게 신화를 지나서 북면의 시내를 지나니 버스터미널이 보인다. 그 버스터미널에서 바로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갈까하는 충동에 집에 전화를 했다. 염증이 심하니 집에 오기보단 근처에서 하루정도 푹 쉬고 가더라도 끝까지 도는 것이 후회하지 않겠냐는 어머니의 말씀에 그대로 강행군을 하기로 한다.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마셨던' 칼국수


  먼저 이 근처에서 쉴만한 곳을 찾지만 이런 작은 동네에 찜질방이 있을 것 같진 않고 그저 모텔들만 즐비하게 서있어서 악전고투라도 원래 목표한 곳인 삼척까지 가기로 한다. 살이 너무 쓸려서 그대로 달리기엔 무리가 있어서 길 옆으로 빠진 뒤에 사타구니의 상태를 보니까 빨갛게 부어올라있고 두드러기가 심하게 나있다. 고육지책으로 스포츠 타월을 대서 바지에 직접적으로 닿지 않게 하고 달려보기로 한다. 바지가 딱 붙은 상태에서 달리다가 그렇게 엉성하게 타월을 댄 상태로 달리려고 하니까 그다지 기분은 유쾌하지 못하지만 아파서 도저히 자전거를 못 타는 것보단 훨씬 낫다는 생각으로 애써 스스로 위안하면서 다시 페달을 밟는다.

  울진에서부터 올라오면서 만난 신국도로 차들이 전부 빠지면서 구국도로 다니는 차량은 없어서 상당히 좋았으나 그것은 매우 일시적인 것이었다. 평지로 쭉가는 신국도와는 달리 구국도는 내 의도와는 달리 점점 산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가뜩이나 사타구니의 염증 때문에 페달을 밟기도 힘들고 정신적으로 그만큼 압박을 하는데 바람을 그다지 받지 못하면서 언덕을 계속해서 올라가니 배로 힘들게 느껴진다. 가는 길에 휴게소와 주요소가 몇 개 나왔으나 신국도가 생기면서 모두 폐쇄되어서 땡볕아래 텅텅빈 건물은 을씨년스럽기만 하고 내게 어떤 도움도 주지 못했다.

산을 오르니 바다는 보이지만 허상과 같았다.


 끙끙거리면서 계속 올라가니 언덕의 정상에 도화공원이라는 곳이 나온다. 언덕의 정상에 있어서 울진 쪽으로는 경관이 상당히 좋긴했으나 한편으로는 신국도의 평탄한 길과 구국도의 험난한 오르막길이 대조되면서 저리 쉽게 갈 수 있는 길은 한참을 돌아가야만 했다는 생각에 울컥했다.

구7번 국도에 있는 도화공원- 예전에 엄청나게 큰 산불이 났었는데 이 지점에서 그 산불을 다 잡았고 그 기념으로 세운 공원이란다.



울진을 지나서...

강원도의 삼척에 입성~!


그래도 그 기분을 날려버릴 수 있었는데 그 공원을 넘어가면서부터 계속 내리막길로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40km/h는 가뿐히 넘기고 50km/h를 넘나드는 속도로 내리막길을 계속 내려가니 월천이라는 곳에서 기존에 갈라졌던 신국도와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월천교를 넘어가면서부터 내리막길은 사라지고 약간 평지를 가더니 산맥을 따라서 엄청 험준한 산행이 시작되었다. 울진에서 삼척으로 넘어오면서 그렇게 높았던 고개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지형이 어찌나 굽이치던지 언덕을 한 개 오르는데도 여행을 하면서 본적이 없던 심한 커브길이 계속 연속되었다. 여기에서부터는 차량들이 빠질 수 없는 다른 길이 없는지 관광버스든 화물트럭이든 끔찍하게 늘어났으며 항구로 갈 때마다 급커브의 내리막길을 내려왔다가 그 항구를 지나곤 다시 급커브를 오르막길을 올라야만 했으니 안 그래도 염증에 아픈 사타구니는 더 쓰려오는 듯했으며 땡볕에 타는 목은 바싹 말라서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삼척에 가까워지면서 자동차전용도로로 빠지는 곳이 나왔으나 애써 외면하면서 계속 지나왔는데 삼척에 거의 다 다다르곤 표지판에 전용도로를 제외하고 우회하는 길이 나와있으나 도대체 어디로 우회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쯤에 다르니 해가 서서히 지니 불안감이 점점 커지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전조등은 몇일 전에 미끄러지면서 잃어버렸고 염증 때문에 그냥 주변의 공터나 버스정류장에서 노숙하긴 상황이 너무 안 좋다.

 그래서 결국 빠르게 가기 위해서 자동차전용도로로 달리기로 하고 과감하게 그 길로 올라간다. 법적인 문제를 뒤로 제치고 생각하더라도 자동차전용도로인 만큼 더 위험하다는 생각을 가득 안고 달리니 백척간두에 선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느리게 가다가 해가 지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로 끔찍한 상황인 것은 다를 바가 없었기에 차라리 빠르게 달려고 삼척 시내까지 달리기로 한다. 염증에 아픈 곳도 잊은 척하면서 30 km/h가 넘는 속도로 정신없이 페달을 밟아가니 삼척 시내로 가기 위한 한치터널이라는 곳이 나오고 그 터널을 지나면 자동차전용도로가 끝난다고 표지판이 말하고 있다. 경차가 한대만 지나더라도 청각적 공포가 엄청난 터널인데 자동차전용도로의 터널이라니 식겁했으나 마지막인 만큼 힘은 내서 달려간다.

한치터널 앞에서- 이 터널만 지나면 자동차 전용도로가 끝나는 동시에 삼척 시내로 들어 간다.


  끔찍하고 끔찍한 터널을 지나고 자동차전용도로가 끝나면서 내리막길이 되고 곧이어 삼척시내로 들어가니 긴장은 쭉 풀리고 염증을 잊은 것 같았던 사타구니도 다시 쓸려오는 게 느껴진다. 도시의 크기로 봤을 때 찜질방이 1~2개 정도 있거나 아예 없을 것 같은데 일단은 저녁을 먹고 생각해보기로 한다. 그런데 분명히 가게는 많은데 도대체 저녁을 먹을만한 가게가 눈에 띄지 않는다. 갈만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다가가면 요망하고 알 수 없게도 문이 다 닫혀있다. 한블럭을 한바퀴 돌아서 적당해보이는 막국수집이 보여 들어가서 막국수를 마셨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땡볕을 수시간 달려온 뒤에 시원한 육수의 막국수-


 그리고 나와서 찜질방을 찾는데 바로 보이질 않아서 길을 지나가는 아주머니께 여쭈니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주시니 고맙다고 계속 꾸벅이면서 길을 건너서 찜질방을 찾아갔다. 찜질방 비용은 약간 비싼 8000원인데 운 없게도 가지고 있는 돈이 4000원뿐이다. 카드는 안 받는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잠시 찜질방에 맡겨두고 한블럭건너에 있는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아와야 했다.

 자전거를 타지 않고 그저 천천히 걸어갔을 뿐인데 사타구니의 염증이 너무 심해서 마치 포경수술을 한 남자의 걸음처럼 걸어가야만 했다. 인내의 산책이 끝나고 마침내 찜질방에 들어와 후딱 옷을 벗고 탕에 들어가니 따뜻한 물이 염증을 찌르는 게 달콤짜릿하다. 온몸을 충분히 다 풀어주고 일지를 쓰면서 정리를 하려 했으나 내 스스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상당히 윽박을 지른만큼 피곤했는지 언제쯤에 잠이 들었는지 시간대로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주행시간 9시간 22분
평균속력 14.88 km/h
최대속력 55.34 km/h
평균RPM 72

하루/누적주행거리 139.39 km/1682.65 km


설정

트랙백

댓글

2008 전국 자전거 여행 - 13일째 안동~봉화

자전거/여행기 2009. 1. 11. 23:50
2008년 8월 9일 토요일
 보통 찜질방에서 자면 한두번은 깨기 마련인데 찜질방이 상당히 아담한 편이라서 그런지 한번도 깨지 않고 푹 자서 컨디션은 최고였다. 어제 옥상에서 말려두었던 옷들은 간밤에 내리 비를 맞아서 약간 젖어있는 상태였으나 땀으로 쩔어 버린 자전거복을 입었던 날도 여러날이 되다보니까 단지 비로 젖은 축축한 자전거복 따위 불쾌하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제 시내로 내려온만큼 병산서원으로 가기 위해선 언덕을 다시 올라가야 했지만 그 언덕을 오르지 평평하고 차는 거의 없어서 달리기는 상당히 쾌적하다.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가르키는 표지판을 따라가다보니까 영주쪽으로 갈 수 있는 길과 하회마을, 병산서원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여기서 갑자기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일단은 이틀 뒤로 예정되어 있던 경유지인 원주를 가는 대신에 영주 쪽에서 바로 태백산맥을 넘기로 했기 때문에 후의 일정을 위해서 미리 많이 달려서 여유롭게 경로를 잡아야 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또,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에서 갈라지는 길에서 병산서원으로 가는 길이 포장이 안 된 흙길이라는 것이다. MTB인만큼 평탄하고 마른 흙길을 가는 것이야 큰 문제는 없겠지만 문제는 비가 온 뒤에 그 길을 달려야 된단 점이었다. 단지 당일치기로 그런 길을, 내려와선 쉽게 자전거 정비를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야 전혀 문제될게 없지만 태백산맥 쪽으로 갈수록 자전거를 정비할 수 있는 곳을 만날 가능성은 줄어들 것 같고 축축한 흙이 자전거에 악영향을 줘서 태백산맥을 넘을 때 엄청나게 힘들 가능성이 너무 컸다. 하회마을은 열외로 하더라도 병산서원 만큼은 다시 가서 그곳을 느끼고 싶었기에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갈림길에서 한참을 생각했다.

갈등 끝에 타게 된 영주로 가는 924번 지방도


 그러다 결국 결정을 내려 영주로 바로 올라가기로 했다. 오른쪽으로 가니 924번 지방도였는데 꽤 이른 시간이고 차가 많이 다닐만한 길목도 아닌만큼 위협적이지만 않지만 봉정사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언덕길이 계속되는데 밥심이 전혀 없으니 죽을맛이다. 낑낑거리면서 올라가니 봉정사에 도착을 했다. 산으로 바로 올라가는 길과 봉정사로 바로 올라가는 길이 있는 것 같았는데 길의 구분이 잘 되어있지 않아서 괜히 산으로 가는 길로 가서 힘을 약간 빼고 다시 봉정사로 올라갔다.


 한여름에 자전거를 타니 땀냄새를 확확 풍기니 산길을 느리게 올라가거나 산길을 걸을 때면 날파리들이 너뎃마리정도는 꼬여서 나를 민망함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곤 했는데 봉정사로 가는 산길로 가자마자 날파리들이 정말 미친듯이 꼬인다. 다행히 이른 아침이라 봉정사를 찾아온 사람이 없었지만 정말 날파리들이 10여마리 이상이 꼬여서 내 머리 주변에서 윙윙거리니 봉정사에 있는 것자체가 성가시게 느껴진다. 호젓하게 절을 걸으면서 눈한가득 마음한가득 보고 싶은데 날파리들 때문에 울컥해서 빠르게 걸어내려와서 빨리 출발한다. 봉정사로 오는 길이 오르막이었던만큼 되돌아가는 길은 내리막이라 성가신 날파리들을 모두 떨쳐버리고 영주를 향해간다.

 원래 계획대로는 도산서원을 가는 것인데 병산서원과는 달리 도산서원에서는 큰 감동을 느끼지 않았고 도산서원을 가기 위해선 한참을 돌아가야 되기 때문에 과감하게 제쳐버리고 바로 영주로 향한다. 지방도에서 나와서 5번 국도를 탄다. 가다가 북후라는 동네에서 시원하게 아침으로 순대국밥을 해치운 뒤에 들어온만큼 시원하게 내보내고 나니까 다리에 날개가 달린듯 달린다.

순대국으로 밥심 게이지 충전-


초콜릿에 담근듯 경계가 생긴 다리


 내리막길처럼 보이는데 묘하게 오르막길인 곳이 약간 나와서 일부 구간에서는 괜히 힘을 빼기도 했으나 생각보다 빨리 영주 시내로 가는 길이 나온다. 갑자기 자동차 전용도로가 시작되다고 알리는 표지판이 나와서 순간적으로 뜨악했으나 영주를 관통해서 충북쪽으로 빠지는 국도가 자동차 전용도로라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하고 영주로 들어선다.

영주시 입성!


오윤 터널 앞에서- 이어서 평은 터널도 지난다.




 영주로 가는 길까진 상당히 좋았는데 영주로 들어서자 길도 좁아지면서 길이 깨진 곳도 많아서 궁시렁거리면서 간다. 가는 길에 큰 육교가 나타나는데 그 길에서는 자동차 전용으로 지정을 해놓아서 다른 길로 빠져서 갈 수 없는지 주변으로 돌아본다. 그러나 그 길로만 나갈 수 있을 뿐 다른 길을 시내를 가로지르는 철길의 끝에 가서야 가는 것처럼 보여서 결국은 육교에서 낑낑거리면서 인도를 올라가기로 한다. 짐이 달려있어서 한번에 계단을 다 오르진 못하고 우선 짐부터 위까지 다 올린 뒤에 자전거를 올려서 다시 차례대로 내려왔는데 와서 보니까 자동차 전용도로라고 지정되어있던 그 길도 갓길이 없을 뿐이지 크게 위험해보이진 않아서 넘어오고서도 괜히 울컥했다.

보행자, 자전거, 우마차, 손수레 금지- 그러니까 닥치고 차만 다니라는 말-_-;;;;



최소 높이 9m의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던 육교- 그냥 자전거를 들긴 힘들어서 짐부터 올린 뒤에 자전거를 옮겼다.


 그리곤 부석사를 말하는 이정표를 따라서 가는데 어제완 달리 소나기가 올 것같지도 않고 더 주변이 산으로 둘러싼 지형이라서 그런지 훨씬 더 푹푹찌는 느낌에 숨이 목아래까지 턱막힌다. 바로 부석사를 가는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원주에 가는 것을 바로 태백산맥으로 넘기로 하면서 전혀 예정에 없던 선비촌, 소수서원이 나타난다. 그냥 이정표만 보고 따라왔는데 결과적으로 힘만 빼고 더위만 더 먹으면서 돌아오니 대답없는 이정표에 욕을 마구 퍼부었다.

점심을 먹으면서도 계쏙 소나기가 한번 내리길 바랐지만 현실은 땡볕 뿐!


 부석사로 향하면 향할수록 오르내리는 산길이 많고 햇볕이 너무 강해서 기운이 다 빠지고 물은 이미 바닥이 나서 삼박자가 딱딱 맞으니 선비촌에 앞에 있는 음식점으로 절로 핸들이 꺾였다. 음식을 먹으면서 바로 옆에 빨갛게 달아오르는 길을 보면서 어제처럼 시원하게 소나기가 한번 쓸어주길 바랐으나 그러기엔 하늘이 너무 맑았고 역시 그 바람은 바람에만 그쳤고 나는 그 달아오른 길에 내던져져야만 했다. 지도상으로는 소수서원에서 부석사까진 10km가 약간 넘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였으나 어제는 한낮에 시원하게 평탄한 길을 달리다가 푹푹찌는 오르막을 가려니까 피똥을 쌀 맛이다.

 그래도 부석면에 도달하면서부터는 길이 상당히 넓어지면서 평탄해져서 힘을 내서 20여분을 달려 부석사에 드디어 도착했다. 여행 중에 다니는 사찰에서 부석사를 가장 하이라이트처럼 생각하고 있던지라 부석사의 입구에서부터 눈으로 발로 손으로 모든 것을 느끼면서 (나를 바라보는 불교신자들의 눈총은 매우 따가웠지만) 호젓하게 걸어간다. 저번에 부석사에 왔을 때는 숭례문 화재 사건이 몇일 지나지 않아서 가서 화재 대비 훈련이라면서 경찰차, 소방차가 몇대씩 와있고 훈련을 해서 감동이고 보고 짜증이 올라왔으나 이번만큼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그 모든 것을 천천히 받아들이면서 올랐다.



 10여분정도 걸어서 무량수전에 뒤를 돌아보는데 모든 것을 품는듯한 아름다운 풍경. 그 감동에 그 한낮에 전율이 끼쳤다. 날씨가 상당히 도와주는지 저 멀리엔 소나기가 내리고 있어서 신비한 느낌까지 더해주니 과연 장관이었다. 그렇다고 그곳에 계속 빠져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서 왠지 모를 아쉬움을 빨리 접고 부석사를 내려왔다.


 부석사에서는 다른 사찰보다 훨씬 길게 1시간 30분정도 있었는데 땀은 뻘뻘흘리는데 땀이 바로 빠지지 않아서인지 사타구니 쪽이 약간 가려운 느낌이 들었으나 그렇다고 자전거를 타는데 고통스러운 느낌은 없어서 길을 나섰다. 이제부터는 원래 예정에 없어서 어떻게 가는지 알 수 없어서 더 계획을 잘 세워서 가야했다. 하루만에 태백산맥을 넘어서 울진까지 가기엔 체력적으로도 너무 부치고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에 일단 지도를 보다가 봉화군의 어딘가에서 하루밤을 머물고 가기로 했다. 지도를 보니까 마땅한 찜질방이 나올만큼 큰 도시는 아닐 것같고 가는 길에 초등학교는 몇 개나올 것 같아서 시간과 체력을 보면서 적절하게 초등학교에서 노숙을 하기로 한다.

이 때까진 그렇게 위태롭진 않았는데...


 크게 무리는 없는 지방도를 달리다가 결국엔 그다지 달리고 싶지 않은 국도를 타고 생각을 비운 채로 풀 쉴만한 곳이 나올 때까지 달리기로 한다. 해는 점점 기울기 시작했지만 한낮동안 계속 달궈진 도로는 정말 미친듯이 끓어올랐고 물은 다 떨어졌는데 갈림길이 없고 차량도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라서 물을 구하는게 쉽지 않으니 여행 이틀쨰에 빠져나갈 길이 없는 국도를 달렸던 악몽이 다시 재현되는 것 같았다. 어제 전조등도 잃어버렸기에 야간에 달릴 수는 없어서 빨리 쉴 수 있는 곳을 찾아야 되는데 마땅한 곳이 나타나지 않아서 시간이 갈수록 불안감은 쌓여만 갔다.

전조등은 없고 길엔 가로등이 없어서 야간주행은 못 하는데 달리는 곳은 외진 산길... 해는 져가고...차츰 불안감이 폭풍치기 시작할 때-



 그러던 중에 정말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나타난 곳이 있었으니 춘양이라는 곳을 약간 지나서 나온 어떤 민박집이었다. 도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수막이 건물 옆에 붙어있었는데 하루 숙박하는데 만원이란다. 보통 2만원정도는 줘야지 구할 수 있는데 1만원이면 거의 찜질방보다 2000~3000원정도만 비쌀 뿐인데 혼자서 편하게 쉴 수 있다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일단 민박집에 딸린 식당에 들어가서 식당 아주머니께서 아주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맞아 주시면서 잘 대해주시니 정말 정겹다. 일단 소고기 국밥을 주문하고 민박얘기를 하니 성수기엔 민박이 2만원을 받으라고 민박주인이 말을 해뒀다기에 만원으로 깎아달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 아주머니는 민박주인이 아닌 식당직원이라서 맘대로 가격을 깎아줄 수는 없어서 곤란해하셨다. 그렇지만 이내 민박 주인에서 전화를 걸어서 말씀을 하셔서 만원으로 해주신단다.

안정의 소고기 국밥



 밥을 다 먹곤 고맙다고 몇번을 머리를 조아리면서 감사를 드리고 짐을 모두 챙기고 자전거까지 모두 방으로 가지고 올라갔다. 그 여름에 냉방시설이 선풍기조차 전혀 없는 방이었으나 이것저것 따질 입장도 아니고 온수, 냉수 모두 잘 나오고 다른 시설은 무난했기에 울산에서 머물렀던 최악의 여관보다는 훨씬 좋았다. 짐을 모두 정리하고 빨래까지 한 뒤에 방에 앉아서 시계를 보니까 7시가 약간 넘었다. 10시정도까지는 티비를 보면서 여유롭게 일지를 쓰려고 했으나 올림픽 야구를 보다가 불을 켠채로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주행시간 7시간 10분
평균속력 15.99 km/h
최대속력 50.23 km/h
평균RPM 72

하루/누적주행거리 114.45 km/1543.26 km

설정

트랙백

댓글

2008 전국 자전거 여행 - 12일째 영천~안동

자전거/여행기 2009. 1. 10. 13:50
2008년 8월 8일 금요일

  예상했던대로 야밤에 그 계단실은 중고딩들로 시끄러웠다. 소리로 들어선 어딘선가 맥주를 구해와서 과자를 안주 삼아서 1시간정도 떠들더다가 갔다. 학교 너머의 가로등이 내 자리를 파고 들어와서 그 불빛에 의지해서 일지를 쓸 수 있을만큼 빛은 충분했지만 잠이 몰려들어서 언제인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주변에 풀숲은 없었으나 습한 곳이라 그런지 밤새 모기와 씨름을 했다. 그렇다고 아침까지 마냥 계속 자다간 결국 땡볕에도 엄청 달려야 되거나 해가 져가는데 달려야 되는 상황이 생길 것은 너무나 뻔했기에 일어났다.

계단실 아래. 그 참을 수 없는 눅눅함의 찜찜함


  어제 영천에 빨리 도착한 덕분에 영천에서 어디로 빠져야 되는지 미리 다 파악하고 있었기때문에 국도와 지방도가 교차되는 제법 복잡한 거리에서도 바로 나갈 수 있었다. 28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은해사로 가는 909번 지방도를 탔다. 평일 새벽 시간에 그 길로 가는 차량은 공사차량이나 농가로 가는 트럭정도니 정말 차량이 없다. 2차선의 차도임에도 너무나 여유로워서 아예 도로 가운데로 페달을 무섭게 밟아가니 약간의 오르막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이정표에 적힌 거리는 빠르게 줄어든다. 그러다가 갑자기 경사가 약간 더 높아지는 것 같다 싶더니 이내 은해사로 들어간다. 은해사의 입구에서 안내판을 보니 암자가 무려 5개나 된다. 그 암자를 하나라도 보고 왔다간 반나절 정도는 금세 지날 것 같아서 암자는 가지 않고 은해사만 가기로 한다. 입구에서 200여미터를 걸어가니 은해사에 들어가기 전에 폭포가 보인다. 규모 자체는 그리 크지 않으나 사찰 앞에서 은은하게 흘러 떨어지니 운치를 더해준다.



은해사의 입구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사찰을 올 때면 언제나 오르막을 올라왔듯이 반대로 나갈 때는 내리막을 질러 간다. 은해사 쪽의 경사로를 다 내려와선 919번 지방도를 타고 올라가는데 이내 28번 국도와 25번 국도로 갈리는 길이 나온다. 계획상으로는 35번 국도를 타고 오리에 걸쳐서 숲길이 있다는 오리장림을 갈 예정이었으나 2일 뒤의 지인과의 만남이 무산되면서 계획이 통채로 바뀌었다. 우선은 안동에 빨리 도착해서 휴식을 좀 더 많이 취한 뒤에 내일은 조금 더 많이 달려서 계획을 조정할 생각에 28번 국도를 타고 쭉 올라갔다.


28번 국도는 은해사의 팔공산에서 꽤 떨어져 있었기때문에 평지가 이어질줄 알았으나 신령이라는 동네를 지난 뒤부터는 경사가 아주 지겹도록 이어진다. 게다가 완전히 산을 타고 올라가면서 길이 구불구불하게 이어져서 거리는 길고 내리막길에서는 커브가 심해서 속도를 마냥 내서 내려올 수는 없었다.

'오르막 차로 끝'는 훼이크고- 또 오르막이 이어졌다.


 갑령재를 넘어서 내려오는데 나름대로 속도를 조절하면서 내려왔는데 경사가 엄청나게 휘어지면서 갓길 쪽에 모래를 밟고 지나가면서 쭉 미끄러졌다. 브레이크를 밟아도 쭉 미끄러지는 게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는데 가드레일을 손으로 강하게 밀어내면서 간신히 멈췄다. 건너편에서 오던 올라오던 자동차도 놀랐는지 지나가다가 잠시 차를 세웠는데 내가 툭툭 털고 일어나는 것을 보고 다시 가던 길을 갔다. 하마터면 가드레일을 넘어서 튕겨져 나갈뻔한 그런 일을 당하자 급하게 소심해질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뒤로는 마을이 있어서 내리막길이 직선으로 이어졌다.

그 마을에서 잠시 쉬다가 갑자기 핸들 쪽의 허전하다는 것을 느꼈는데 그것은 바로 전조등이 없어진 것이었다. 핸들의 아답터가 전조등을 꽉 잡고 있었지만 아까 쭉 미끄러지면서 멈춘 게 충격이 컸던지 튕겨져 나간 것 같았다. 여행 중에 야간에 달릴 일은 거의 없도록 적절하게 일정을 조절하면서 계속 왔지만 예상하지 못한 일 때문에 야간에 달릴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충분히 대비를 해야 되기때문에 전조등을 찾으러 갔다. ( 물론 만만치 않은 전조등 가격도 중요했다.) 내가 미끄러졌던 곳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어서 그 곳까지 기어서 올라간 뒤에 그 주변을 아주 샅샅이 뒤졌으나 전조등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충격에 가드레일 바깥으로 튕겨져 나간 것 같았는데 평평한 곳이 아닌 낭떠러지였기 때문에 전조등을 찾으러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전조등을 잃어버린 씁쓸한 휴식-


영천시 위의 군위면 어딘가에서


나름 도촬 컨셉의 셀카-_


씁쓸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그 길을 떠났다. 영천시에서 군위면으로 그리고 안동시 바로 앞의 의성군에 들어서게 되었다. 의성 군내로 가면 신호등에 많이 걸리기도 하고 차도 많아서 달리기에 번거로워지므로 약간 우회하더라도 바로 5번 국도를 타기로 했다. 30분정도는 더 달리고 점심을 먹고 싶었으나 역시나 그 놈의 땡볕이 지독하게 나를 괴롭혀서 식수는 완전히 바닥을 드러냈고 미치도록 타오르는 이 길을 가다가 푹 쓰러질 것 같아서 더위를 피해서 식당으로 들어갔다. 밥을 다 먹고도 바로 나가기엔 여전히 땡볕이 가장 강할 때라서 30분정도 푹 쉬고 길을 나섰다.

오리고기집에서 돼지국밥-_ 그래도 맛있었다.


왜인지 모르게 식당에 들어가기 전보다 약간 어둡게 느껴지는데 그냥 기분 탓이겠거니 생각하면서 그대로 간다. 그런데 확실히 기분 탓이 아니고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는 게 확실히 어두워지는 것이 바로 소나기가 내릴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한지 5분도 지나지 않아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데 마침 어떤 농가를 지날 때라서 도로 옆의 비닐 하우스에 들어가서 비를 피했다. 비닐 하우스에 자전거를 안전하게 밀어 넣고 나선 정말 엄청나게 비가 쏟아부었는데 건너편의 마을이 비때문에 알아 볼 수 없을 만큼이었다.

 비를 피한 비닐하우스가 농작물을 키우는 곳은 아니었고 무슨 타일 제품을 쌓아둔 창고라서 타일 위에 걸터앉아서 조용히 일지를 써내려갔다. 10~20분정도면 비가 그칠줄 알았는데 비가 세지다가 약해지길 수번에 1시간 30분정도가 지났다. 하늘을 보니까 처음보다 구름이 많이 걷히고 비가 그쳤다. 점심을 먹기 전까진 엄청난 폭염이 있었으나 소나기가 달아오른 땅을 완전히 적셔주면서 마치 상쾌한 가을바람을 맞으면서 자전거를 타는 것 같았다. 의성을 벗어나면서 재랫재라는 결코 무시할 수는 없으만한 언덕이 나오는데 밥심도 충분히 올랐고 휴식도 충분히 취했는데 공기는 시원하니 그냥 평지를 달리듯 올라갔다. 그 언덕을 넘어서 내리막을 다 내려가곤 다시 산을 타는 오르막이긴 보다 골짜기로 길이 나있어서 페달질이 발에 딱딱 붙었다.

여행 중에 만난 가장 큰 비-


사진에서 잘 보이지 않지만 정말 쏟아부었다. 잠시 비를 피하고 있던 비닐 하우스까지 점점 물이 범람할 정도-


맑게 개인 하늘- 비덕분에 시원해진 도로- 은근한 내리막길- 적은 차량에 양호한 갓길-



점심 때 지도를 봤을 때는 안동까지 꽤 자전거를 타야 겠다고 생각했으나 페달질에 제대로 탄력을 받았던지 계곡, 골짜기 사이를 금세 다 지나 안동 표지판이 보인다. 안동까지 오는 길은 거의 평지라서 상당히 편했지만 안동으로 들어서자마자 급한 경사가 나타난다. 기어를 최저단으로 내리고 안간힘을 쓰면서 페달을 밟아 올라가려고 했지만 경사가 워낙 급해서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바를 한다.

그리고 그 언덕길에서 길이 나뉘는데 한쪽은 다음 날 갈 예정인 병산서원으로 향하고 있고 다른 쪽은 안동시청으로 가는 길이라서 찜질방을 갈 수 있는 길이다. 그 갈림길에서 고민을 한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와서 병산서원으로 향하면 병산서원으로 가는 길목에서 여유롭고 조금 이르게 저녁을 일찍 먹고 병산서원에서 병산을 바라보면서 한가롭게 지내다가 병산서원에서 잘 수 있을 것 같다. 체력적으로도 크게 무리있게 달린 날이 아니라서 그다지 힘들 것 같지 않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드는 생각이 어제 초등학교에서 물도 나오지 않아서 제대로 씻지도 않아서 오늘만큼은 씻고 싶고 마침 올림픽 개막식이 있는 날이니 천천히 어디든 빨리 찜질방에 가서 여유롭게 씻고 바닥에 대자로 뻗어서 올림픽 개막식을 보고 싶다. 결국 찜질방으로 향하기로 하고 오른쪽으로 틀어서 내려간다. 그 내리막을 반정도 내려오자 찜질방이 한 개 보이는데 지도를 보니까 안동에서 머무는데 첫번째로 생각하고 있던 그 찜질방이니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대로 들어간다.

여행을 하면서 찜질방에 머물 때마다 그랬듯이 자전거를 보관하는게 언제나 큰 문제였는데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냐고 물으니 친절하게도 주인집에서 사용하는 자전거와 같이 묶어서 안쪽에 놓게 해주니 안심하고 자전거에서 짐을 모두 풀어서 찜질방으로 들어간다. 평일이고 직장인들이 퇴근하긴 아주 이른 때인 4시30분쯤이라서 찜질방에 사람은 거의 없다.

미친듯이 옷을 벗어 몸을 씻고 빨래들을 모아서 빨래를 다 하고 옷걸이에 걸어서 말리려는데 어떤 남자가 와서 구수한 사투리도 빨래를 말린 생각이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다. 혹시 직원이라서 탕에서 빨래를 하고 널려고 하는 것을 뭐라 하려고 하는줄 알았는데 (매우 친절하게도) 목욕탕에서 말리기보단 옥상에서 햇볕을 말리는게 좋다면서 자신이 직접 널어줄 테니 바구니에 넣어두란다. 바구니에 있는 빨래를 너는 행동 자체는 전혀 힘든 것이 아니지만 고생을 하면서 여행을 해서 그런지 그런 작은 호의에도 너무 고마웠다. 그렇게 빨래까지 다 해서 짐을 다 정리하니 저녁을 먹기엔 아주 널널해서 찜질방에 올라가서 뒹굴거리면서 일지를 쓰다가 찜질방에서 저녁을 먹고 기대하던 올림픽 개막식을 보고 우리나라 선수들이 입장하는 것을 지켜보려다가 기다림에 지쳐서 잠이 들었다.

주행시간 6시간 14분
평균속력 17.32 km/h
최대속력 52.69 km/h
평균RPM 75

하루/누적주행거리 108.02 km/1428.81 km

설정

트랙백

댓글

2008 전국 자전거 여행 - 11일째 울산~영천

자전거/여행기 2009. 1. 9. 12:43

2008년 8월 7일 목요일

확실히 노숙을 하거나 찜질방에서 자는 것보다 방안에서 혼자 자는 것이 편하긴 한가보다. 노숙을 하거나 찜질방에서 잘 때는 두세 번 정도는 깨는 것이 다반사였는데 여관에서 자니 단 한번도 깨지 않고 푹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제 늦게까지 자전거를 탄 게 꽤 피곤했는지 더 잠이 몰려와서 한 시간 정도 더 잠을 자려고 했다. 그러나 그나마 덜 더울 때 달리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에 짐을 챙겨서 방을 나섰다. 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울진에서 경주로 출근하는 사람이 꽤 많은지 그 방면으로 가는 차량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

 

울산에서 경주가는 길에-

 

 어디선가 경주에 자전거 도로가 아주 잘 깔려있어서 좋다는 소리를 들었었는데 적어도 울산에서 경주에 가는 길은 외곽이라 그런지 자전거 도로는 커녕 일반 차도의 상태도 그다지 양호하지 않았다. 어제 꽤 울산에서 꽤 많이 달려와서 생각보다 경주의 경계는 30분도 안 돼서 넘어갈 수 있었는데 그 경계에서 불국사로 빠지는 지방도까지도 1시간도 안 걸릴 정도로 생각보다 더 짧았다. 예상했던대로 산에 오르기 위해서 진입부에서부터 무섭게 치고 올라가기 시작한다. 산 쪽으로 구름이 유유하게 떠가는 게 운치가 있을만했지만 공복에 언덕을 올라야 한단 생각이 먼저 든다. 특이하게도 갓길이라기엔 엄청나게 넓은 길이 나있었는데 가는 길에 표지판이 나와서 뭔가 봤더니 '경운기 전용 도로'란다. 차는 달리지 않는 게 잘생긴 길이 넓게 깔려있으니 '자전거 전용 도로'라 생각하고 달리니 기분만은 한창 좋아졌다.

여행 중에 딱 한번 달려본 '경운기 전용도로'! 경운기는 없었고 차도 이 길로 안 다녀서 자전거 전용 도로 같은 느낌이었다.

구름이 걸쳐져 있던 곳에 도착하니 불국사에 거의 다 온 것 같아서 천천히 아침을 먹고 불국사를 느긋하게 볼 요량으로 식당에 들어가 비빔밥을 찾았다. 전반적적인 일정이 평소보다 약간 여유로운 날이라서 오래간만에 밥을 '마시지' 않고 먹으면서 여유를 즐겼다.

산채비빔밥- 국도 시원하고- 밥도 맛있고- 또 뭐가 필요할까?

 여유롭게 밥을 먹으니 배는 든든해졌고 불국사로 향했다. 식당이 거의 불국사 아래에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500미터 정도 올라가니 금방 불국사가 보였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은 별로 없었고 분위기 자체가 딱 머릿 속에 있는 '정갈한 느낌의 사찰과 자연'이라서 호젓하게 걸으면서 사찰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천왕문을 넘어서 있는 청운백운교와 연화칠보교는 훼손될 가능성이 있어서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는데 보는 것 만으로 황홀해졌다. 좌측으로 돌아들어가니 대웅전 앞쪽으로 그 유명한 다보탑과 석가탑을 볼 수 있인다. 초등학생 때 수학 여행 중에 여기에 와서 다보탑, 석가탑을 봤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르는데 그 때와는 사뭇 다른 감동이 밀려왔다.

 불국사에서 더 위로 올라가면 석굴암이 있었으나 원래부터 계획에 두었던 곳이 아니었기에 그대로 왔던 지방도를 따라나와 경주 시내로 향했다. 경주 시내로 들어서면 자전거 도로가 잘 깔려 있을줄 알았으나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그랬듯 이 생각은 빗나갔고 경주 시내로 가는 도로 일부에선 무엇인지 모를 노란 돌 파편이 여기저기 널려있어서 바퀴에 구멍이 나는 장면이 자꾸 뇌리를 스쳤다. 다행스럽게도 그 장면은 내 머리 속에서만 머물었고 국립 경주 박물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곳에 있는 에밀레종을 보면서 초등학교 수학 여행 때의 기억이 또 났는데 그 때와 다른 감동이 다시 한번 몰아쳤다. 안타깝게도 국립 경주 박물관의 유물 중에선 국립 부여 박물관의 그 '백제대향로'처럼 온몸에 전율을 솟게 하는 유물은 없었다.


그 다음의 목적지는 첨성대였는데 위치가 정확히 어딘지 몰랐고 내가 가지고 있는 지도엔 자세하게 나와있지 않았기 때문에 전적으로 표지판에 의지해서 찾아 가기로 했다. 첫번째 만난 교차로에서 첨성대를 가르키는 표지판이 나오지 않아서 그대로 쭉 직진했다. 계속 교차로를 지날 때마다 표지판을 봤는데 아무리 봐도 첨성대를 가르키는 표지판은 몰랐다. 그래서 계속 가다보면 언젠가는 나오겠지 하면서 계속 직진해서 갔는데 어느샌가 점점 건물들이 하나둘 줄어들기 시작했다. 경주 시내를 그대로 관통해버린 것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첨성대는 박물관에서 나왔을 때 첫번째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면 바로 있었다.)

국립 경주 박물관 앞의 '안압지' 연못 안에 연잎이 가득 차있는 게 아기자기했으나 땡뼡에 그런 것을 즐기는 건 사치였다.


 자전거 여행 첫날에 한번 지난간 길은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숭고하고 절대적인 진리를 깨우쳤기 때문에 그 진리를 따라서 가던 길을 그대로 갔다. 불국사와 경주 박물관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서 어느덧 점심 시간이 되어서 7번 국도를 타고 경주를 거의 벗어날 때쯤 있는 기사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어제는 '충격과 공포'와 분노의 톡쏘는 추어탕을 먹었기에 오늘은 제대로 먹어보잔 생각에 다시 추어탕을 먹었다.

어제의 아픈 기억을 지우고 근성으로 다시 추어탕 콜!


어제의 그런 추어탕은 먹고 싶지 않아서 같이 나온 가루가 무엇인지 보니까 역시나 산초 가루다. 경상도에서는 추어탕을 이렇게 먹는다고 생각하고 산초 가루를 약간 넣고 먹었는데 들깨 가루가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곤 한창 더 불볕에 달궈진 국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계속 타고 가다가 교차로가 나왔는데 그대로 7번 국도를 계속 타고 가면 포항 쪽으로 가서 산을 넘지 않고도 동해 쪽의 해안 도로를 주로 달릴 수 있으나 경상도 내륙 지방인 영주의 부석사를 반드시 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28번 국도로 갈아타서 달렸다.

버스 정류장에서 잠깐 쉬는 중에 찍은 큰 의미는 없는...


 그리곤 옥산서원으로 가는 이정표를 봤으나 지방도를 5km왕복하는 길이었다. 이런 땡볕에 왕복하는 길은 가고 싶지 않았기에 마치 이정표를 전혀 못 본 것처럼 그대로 직진했다. 그곳을 지나가니 곧 이어서 전방에서 자동차 전용 도로가 시작된다는 충격적인 이정표가 나타났는데 막상 자동차 전용 도로가 시작되는 분기점에 가니 내가 가진 지도에 나와 있지 않은 신국도가 대구 쪽으로 빠는 것이라 내 경로엔 전혀 이상이 없었다.

쌍욕이 절로 나오게 하는 오르막길- 그래도 은근한 오르막보다 이렇게 눈에 확 들어오는 오르막이 차라리 낫다.


이름없는 그 언덕을 올라서-


영천으로 가는 길- 차도 별로 없고 언덕도 더 이상 안 나오고 무엇보다 시간의 압박의 전혀 없었다.


그 분기점을 지나서 많은 차들이 신국도로 빠진 것인지 거기에서부터 차가 절반 이상으로 확 줄었고 경사도 그렇게 많이 않아서 땡볕에서도 무난하게 달렸다. 의도치 않게 경주를 순식간에 관통을 해버려서 원래 예상했던 시간보다 1시간 30분씩이나 빨리 영천에 도착했다. 저녁을 먹기엔 약간 이른 시간이라서 여유롭게 찜질방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고 밥을 먹기로 했다. 미리 조사한바로는 영천에 찜질방은 2개 정도로 보였는데 일단 가장 가까운 찜질방을 먼저 갔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헛물을 켜라고 누가 일부러 계획한 것처럼 8월 중순까지 공사를 하는 관계로 운영을 안 한단다. 그래서 남은 다른 찜질방에 가니까 역시 계획이나 한듯 휴업이다. 오랜만에 아주 넉넉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단 생각을 했는데 막상 찜질방이 없으니 '대략 난감'이다. 그래서 이제는 아주 자연스럽고 쉽게 초등학교에서 노숙하기로 또 결정했다. 오는 길에 봐두었던 초등학교 근처의 식당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김치찌개- 가격도 비싸지 않고 맛있었다. 서비스로 미숫가루를 약간 넣은 수박을 받았는데 그게 또 나름의 별미였다.


  노숙을 할 때 저녁을 다 먹고 학교에 들어갈쯤엔 항상 해가 저물고 있거나 완전히 해가 저물었을 때였는데 아직까지 환하다. 짐을 건물 뒷쪽에 정리를 해 둔 뒤에 선글라스를 벗어서 학교 운동장을 보는데 식겁했다. 자전거를 타면서 온몸의 피부를 통해서 폭염을 느끼곤 했지만 선글라스를 벗고 운동장을 보니까 폭염이 눈으로 흡수되는 것 같았다.

학교 뒤의 건물의 계단실이 외부 계단실이라서 2층으로 올라가서 자리를 잡았다. 바닥을 보니까 술병과 담배꽁초가 널브러져 있고 케이크 촛불이 녹아 있는 것을 봐서 중고딩들의 보금자리 같았다. 그래도 여태껏 노숙을 했던 곳에 비하면 오성급 호텔과 같았다. 외부로부터 완전히 시야가 차단될 것 같고, 2층에 있어서 모기로 훨씬 적을 것 같고 비가 와도 3층의 계단이 가려줄 것 같다. 1시간 정도 편하게 일지를 쓰고 있는데 갑자기 계단을 밟고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곧 이어서 학교 경비 아저씨가 오셨다.

 어떻게 그냥 건물 옆에서라도 잠을 자면 안 되냐고 했더니 이 곳은 중고딩들의 보금자리라서 경찰 신고가 많이 들어오는 장소라면서 여기에 있으면 안 된단다. 그러나 딱히 갈 곳은 없었고 당장 여관에서 자야 될 정도로 급박한 것도 아니라서 나가는 척을 하다가 경비 아저씨가 사라진 뒤에 다시 왔다. 이번엔 다시 걸릴 일이 없게 건물 뒤로 돌아서 계단실 아래로 가서 자전거를 깊숙히 넣어두고 자리를 폈다. 해가 잘 들지 안하는 곳이라서 바닥이 약간 눅눅한 것 같았지만 돗자리를 깔고 침낭을 깔았다.

주행시간 5시간 58분
평균속력 15.99 km/h
최대속력 52.69 km/h
평균RPM 72

하루/누적주행거리 95.46 km/1320.69 km

설정

트랙백

댓글

2008 전국 자전거 여행 - 10일째 김해~울산

자전거/여행기 2009. 1. 8. 00:03
2008년 8월 6일 수요일

 평소에(-_-) 노숙을 할 때보다 모기에 덜 시달려서 자리를 잘 잡아서 그런줄 알았더니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까 머리맡 위에 거미줄이 있었다. 새벽 내내 거미와의 아름다운 공생 관계를 과시한 나는 짐을 꾸려서 다시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58번 국도를 탄 뒤에 김해 시내를 관통해서 부산으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공생이란 얼마나 아름다운지 일깨워준 김해 '능동 초교'에서의 노숙


시내 앞쪽에 있는 도로는 상당히 상태가 양호한 편이었지만 시내 쪽으로 가면 갈수록 도로는 예의가 없어졌다. 중앙선의 위쪽은고가도로를 건설하고 있었고 상대적으로 도로는 폭이 너무 좁았고 갓길은 심하게 깨진 곳이 엄청나게 많아서 때아닌 장애물 피하기를하면서 자전거를 탔다. 원래 계획에서는 김해 시청을 지난 뒤엔 남쪽 도로로 내려가서 을숙도를 거쳐갈 생각이었지만 을숙도를 너무 겉으로만 훑고 갈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서 계속 직진해가는 14번 국도를 탔다. 그 도로를 계속 따라가면 부산을 넘기 위해선 구포대교를 넘어가야 했는데 구포대교를 갈 차량은 지하차도를 이용하라는 안내판이 보였다. 이런 경우에 대부분 교통의 원할함을 위해서 지하차도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굳이 터널과 다름바 없는 지하차도를 타고 갈 필요가 없어보였다.

여기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김해 시내가 나오는데 도로는 끔찍하다.


김해 시내를 벗어나서- 여기부터는 달리기 수월해졌다.


김해교를 건너면서- 옆으로 낙동강 줄기가 보인다.


 그러나 난 처절하게 낚여버렸고 지상 도로로 갔을 때는 직진으로 구포대교를 가는 것이 금지된 교차로를 만났다. 우회전을 해서 김해 공항 쪽에서 부산으로 넘어갈 수 있었고 좌회전을 해서 부산의 벡스코(VESCO)로 갈 수 있었으나 우선 부산에 최대한 빨리 진입하는 것이 달리기 쉽다고 생각을 해서 교차로에서 신호등을 두번이나 넘어서 구포대교로 갈 수 있었다. 김해와 부산 사이의 섬진강을 잇는 구포대교는 흡사 한강의 다리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부산 쪽의 강변로는 정말로 한강의 강변북로를 연상시켰다.



 정면으로는 백양산이 보였는데 그 쪽으로 가기보단 남쪽으로 우회를 해서 부산 시내 쪽으로 가기로 했다. 구포대교에서 빠지 뒤에는 길이 넓은 8차선이었고 최근에 새로 포장을 해서 달리기 좋았으나 여행 중에 달렸던 도시 중에서 버스가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해서 신경을 곤두세워서 달려야만 했다. 어찌되었든간에 밥심이 달리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은 불변이었으므로 그에 따라서 아침을 먹었다.

김치찌개- 여행 중에 식당에서 먹은 음식 중에 가장 쌌는데(3500원) 꽤 맛있었다.


식당을 나서서 계속 남쪽으로 향하는 도로를 탔는데 그렇게 계속 가다간 부산 시내까지 너무 빙 돌아갈 것 같아서 버스 터미널에 가기 전에 시내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갑자기 엄청난 경사가 나타나서 그저 끌바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간신히 그 언덕을 올라가서 보니까 사강구와 멀리로 낙동강을 볼 수 있었는데 서울의 한강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 있었다. 

부산 서부 터미널 위에 있는 언덕- 멀리로 낙동강을 볼 수 있다.


급경사를 꽤 올라온 만큼 얼마 안 가서 바로 내리막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 길을 따라서 단번에 내려가기보단 산을 따라서 길을 쭉 나 있었기때문에 계속 오르내렸다. 부산의 상당한 길이의 도로는 윗쪽으로 고가도로가 있어서 그늘을 드리워줬기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원하게 달릴 수 있었으나 차가 서울 수준이거나 그것 이상으로 많았기때문에 일부 교차로에서는 좌회전을 제 때 하지 못해서 지하철의 통로를 통해서 가야만 했다.

차도에서 좌회전을 할 때는 보통 가장 바깥쪽 차선 맨 앞에 서야 되는데 부산은 차가 많아서 이게 쉽지 않았다. 결국 일부 교차로에선 이렇게 지하철로 갔다.


부산 시내를 한참 가로질러 가다가 마침내 다시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차 중에서 특성상 자전거를 엄청나게 위협할 수 밖에 없는 버스가 너무 많아서 계속 전후방을 항상 경계하면서 달려야 했지만 전반적으로 도로는 계속 평지가 이어져서 힘이 크게 들진 않았다.
경유지로 생각하고 있던 범어사가 차츰 가까워지면서 점차 경사로가 시작됐는데 범어사로 가는 교차로에서부터는 그냥 산 위을 그대로 타고 가는 도로가 나있었다.

부산 교대를 약간 지나서 찍은 사진- 이 길 부근은 작년 학교 건축 기행 때 지나온 길이라서 감회가 새로웠다.


그냥 산길- 범어사 가는 길- 올라가면서 몇번이고 내가 여길 왜 올라갈 생각을 했는지 의문을 품었다.


단순히 거리로만 따진다면 그 교차로에서부터 범어사까지 4km정도였으나 경사는 화개의 쌍계사를 갈 때보다도 훨씬 심해서 한발한발 밟는 게 고역이었다. 힘이 쭉쭉 빠져서 생각보다 약간 늦게 도착한 범어사는 내가 정말 작년 학교 건축 기행 때 온 곳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새로운 느낌이었다.


 특이하게도 범어사는 들어오는 길과 나가는 길이 따로 일반통행으로 지정이 되어있어서 올라왔던 산길을 쭉 내려가는데 반대편에서 무엇이 올지 주의하면서 달릴 필요가 없어서 쭉 내지를 수 있었다. 해는 한창 꼭대기에 붙어있고 범어사에 오르면서 꽤 힘들었기때문에 범어사 아래 쪽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원래는 그 유명한 부산의 돼지국밥을 먹고 싶었으나 초행길이라 그런지 돼지국밥 집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눈에 띈 충무김밥을 먹었다. 충무김밥이 원래 작은 것을 알고 있었으나 주문해서 나온 것을 보니 맛의 문제를 떠나서 양이 너무 적어서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맛은 있었지만 먹으면서 힘이 빠질 정도로 양이 적었던 충무김밥


아쉬움을 뒤로 하고 울산으로 향하는 7번 국도를 다시 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로 옆에 MTB전문점이 보였다. 자전거포가 나온다면 꼭 정비를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잘되었다 싶어서 바로 들어가서 정비를 봐달라고 했다. 가장 큰 문제였던 기어 변속의 문제를 약간의 정비를 해결하고 나머지 사소한 문제들은 자전거 여행 중에 감수해야만 하는 것들이라고 했다. 부산부터 울산까지 가는 길은 산 사이로 가는 것이었으나 골짜기로 지나는 길이라서 크게 힘들진 않았다.

갓길도 적당하고 경사도 심하지도 않고 특별히 경치가 좋지도 힘들지도 않은 그저 그런 부산-울산 간 국도


카메라가 매일 한나절씩 땡볕에 있어서인지 자주 셀프 타이머가 오작동을 일으켰다.


셀프 타이머가 작동하지 않자 포기하고 그냥 자전거만 찍었다. 표지판에 울산 광역시라고 찍힌 게 보인다.


울산에 가면 무슨 길이 나올까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그리 도착한 울산의 차도는 정말 형편없었다. 인도는 제대로 평평하게 제대로 깔지 않아서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온 곳이 부지기수였고 차도는 새로 깔았는지 깔끔해보였으나 갓길과 차도 사이의 높이 차이가 10cm정도는 차이나서 자칫 잘못하다가 그 사이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었다. 그나마 좋아보이던 차도도 울산 안쪽으로 가면 가면 갈수록 깨지고 작살이 난 곳이 많아서 '*판'이라는 표현이 적절했다.
 울산의 화강을 따라서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멀리서 보기에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그래서 추측하기로 한강의 시민공원처럼 자전거가 달리기 좋은 길을 깔아놓았을줄 알았으나 강변 가까이에 가서 보니까 그 울퉁불퉁한 인도의 연장이었다. 도무지 저런 저질의 인도 위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어서 다시 강변을 올라서 차도를 탔다.
 오늘의 목적지로 잡은 곳은 울산 공항의 동쪽에 위치한 동네였는데 길을 가다가보니까 이정표에서 좌회전을 하라고 했다. 그런데 차들이 많이 오는 바람에 좌회전을 하기가 여의치 않아서 한블록을 더 간 뒤에 좌회전을 해도 괜찮을 것란 생각에 직진을 했다. 여기서 지도를 보는데 해안도로를 달리는 것이 아닌데도 내 오른쪽으로 바다가 보였고 약간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방향인 북쪽으로 쭉 이어지는 것이란 생각에 그대로 달렸다.
예상보다 늦은 시간이라서 해는 서서히 저물고 있었는데 해가 저물고 있고 내가 북쪽으로 달려가고 있다면 분명히 내 오른쪽으로 생기는 게 당연한 이치일텐데 그림자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드리우고 있었다. 그제서야 완전히 반대 방향인 남쪽으로 왔다는 것을 알았고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나는.. 길이 있을줄 알았을 뿐이고! 그대로 따라갔을 뿐이고! 그림자는 내가 생각한 반대 반향으로 드리울 뿐이고! 다시 돌아가야만 할 뿐이고!


 물은 거의 떨어졌고 해는 져가는데 다시 5km나 되돌아갈 생각에 러시안 룰렛을 돌리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곳에서 침낭을 깔고 잘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 '충격과 공포'에서 벗어나 다시 되돌아갔다. 길을 잘못 든 시점까지 간신히 도착했고 이제는 생각한대로 조금 가는 일만 남았다고 위안하며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그 끔찍한 도로는 도무지 나아질 생각을 안 했고 그나마있는 자전거 도로는 여기저기 뻥뻥 뚫려있었고 갓길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차에 시달리는 것보다 충격에 시달리는 것이 낫겠단 생각에 구멍난 자전거 도로를 달렸다. 그런 길을 30여분정도 달리니 내가 생각한 울산 공항이 왼쪽으로 보였고 곧 이어서 내가 갈 동네 이정표가 나왔다.
 울진 공항에서 가까이 있는만큼 꽤 번화가일 것이란 생각했으나 의외로 아기자기하게 느껴질정도로 작은 동네였다. 그런데 러시아워라서 그런지 2차선 도로에 차들은 완전히 가득 차있었고 인도 역시 사람들로 엄청나게 북적거려서 자전거에서 내려서 걸어갔다. 갈증도 심하게 느끼고 저녁 시간이라서 동네 안쪽으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추어탕집으로 갔다. 추어탕은 금방 나왔고 같이 딸려 나온 통에 들어간 것은 들꺠라는 생각에 한숟가락을 넣었으나 그것은 들깨가 아니라 산초였다. 원래는 추어탕의 비릿내를 없애기 위해서 조금만 넣는 것이었는데 한 숟가락을 넣어버렸으니 넣자마자 바로 건져냈다고 하더라도 코구멍에 바늘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갓뗌할 사건- 산초가루를 들깨가루로 착각하고 한 숟가락 넣다.


 향이 너무 강하게 나더라도 배가 고픈게 우선이라서 다시 한번 밥을 마셨고 식당에서 나와 묵어갈 찜질방을 찾았으나 근처에 24시간 찜질방을 하는 곳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난 이틀간 노숙을 했기때문에 삼일 연속으로 노숙을 하긴 몸이 너무 찜찜해서 결국 처음으로 여관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동네를 계속 돌다가 저녁을 먹었던 식당 근처에서 여관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내곤 그곳으로 갔다.여관 주인은 무려 3만원이난 불렀으나 난 2만원밖에 없다면서 꼬장을 부려서 2만원으로 흥정을 보고 옥상에 자전거를 올려둔 뒤에 방으로 들어갔다.

주행시간 8시간 16분
평균속력 15.27 km/h
최대속력 50.27 km/h
평균RPM 69

하루/누적주행거리 126.02 km/1225.23 km

설정

트랙백

댓글

2008 전국 자전거 여행 - 9일째 사천~김해

자전거/여행기 2009. 1. 7. 10:39
2008년 8월 5일 화요일

지난 번에 해남서 초교나 버스 정류장에서 노숙을 했을 때는 주변에 풀숲이 있어서 자는 내내 모기에 시달렸지만 이번엔 주변에 그냥 건물만 있어서 거의 모기에 시달리지 않았다. 새벽에 아기 울음소리 같은 고양이 소리에 잠깐 잠이 깼지만 후딱 고양이를 쫓아버리고 잠을 푹 잘 수 있었다. 1002번 지방도를 타고 사천을 향해서 가는데 얼마간은 사천으로 가는 고속도로와 나란히 가다가 고속도로 밑으로 가로 질렀다. 그러더니 원래 가는 방향과 완전히 가면서 고속도로에서 점차 멀어졌고 고속도로의 차소리가 전혀 안 들릴 정도로 산 속으로 들어갔다. 지도에서도 그런 길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었으나 차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약간 길을 잘못 든게 아닌가 생각할 때쯤 다시 고속도로의 차소리가 들리더니 금세 같은 방향으로 향하게 되었다.

저 멀리로 바다가 얼핏 보이는 가산교


  길이 약간 구불구불하긴 했으나 고속도로가 옆으로 달리는 만큼 지방도로 달리는 차량도 거의 없었고 평평하게 이어지는 곳이 많아서 달리긴 좋았다.  바다가 얼핏 보이는 기산교를 넘어서 산길을 가야 했는데 직선으로 쭉 뻗는 고속도로와 비교가 되니 울컥할 수 밖에 없었다. 지방도, 국도, 고속도로가 모두 만나는 인터체인지에 진입해서는 상당히 헤매야 했다. 사천 시내는 지도에서 보기에 상당히 밑으로 내려갔다가 와야했는데 그렇게 왔다가 다시 진주 쪽으로 올라가기엔 너무 멀 것 같아서 사천 시내는 건너 뛰고 바로 마산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정말 이 부분은 세개의 도로가 만나면서 길이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사천으로 가는 도로를 잘못 탔다가 다시 돌아서 왔다.

 아침을 먹지 않고 마산까지 단번에 가긴에 체력이 달려서 아침을 먹어야 했는데 유난히 식당이 눈에 잘 띄지 않았고 열린 식당도 거의 없어서 사천을 넘어서 진주를 끝자락으로 계속 달렸고 어느새 금곡이란 곳에 오게 되었다. 여행 중에 한번도 중국집을 간 적이 없었으나 왠지 사천시와 전혀 관련없는 사천짜장을 먹어야 겠다는 묘한 의무감 같은 게 생겨서 중국집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9시가 넘었음에도 음식들이 준비된 게 거의 없었고 사천짜장 역시 안 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그냥 평범하게 짜장면을 먹기로 했다.
 

사천 자장을 먹고 싶었지만 준비가 안 된 관계로 그냥 자장면- 생각보다 푸짐하고 맛 있었다.


출발하기 전에 자전거 인증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날은 유독 사진을 적게 찍었다.


진주에서 금방 마산으로 넘어갈줄 알았으나 지도에선 잘 알아보기 힘들었던 지형은 전부 산 사이로 지나가는 길이라서 고전할 수 밖에 없었다. 간간히 끌바를 하면서 간신히 일반성이란 다소 특이한 이름을 가진 동네에 도착하면서 2번 국도를 타기 시작했다. 이 곳부터는 내리막길은 아니더라도 평지이길 바랐으나 역시 이런 바람은 대부분 빗나가듯 반대로 은근한 오르막길이 거의 계속 되었다. 떙볕은 점점 내리쬐고 잠깐 태양을 피할 곳도 없는데 오르막은 은근하게 날 갈구니 체력은 무서운 속도로 빠졌다.

여름에 자전거 탈 때는 이런 잠깐의 그늘도 반가울 수 밖에 없다. -마산시 바로 앞에서 찍은 사진-


아침에 출발할 때는 마산 시내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으나 도무지 그럴 힘이 나지 않아서 마산 시내 앞쪽에서 점심을 먹었다. 면류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으나 가는 길에 들어간 집에서 딱 냉면이 더위를 식히는 데 제격이란 생각이 들었다.

대야 냉면- 밑반찬이 거의 없는 게 아쉬웠으나 시원하게 잘 먹었다.


 시원한 냉면 한그릇을 비우고 열을 더 식힐겸 쉬다가 나와서 출발 준비를 하는데 자전거 뒷바퀴가 가라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여행 중에 처음으로 타이어에 구멍이 난 것이었다. 일단 식당 옆의 카센터의 구석으로 자전거를 옮기고 어디가 구멍이 났는지 찾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구멍난 곳을 빨리 찾을 수 있었는데 철사 조각이 타이어를 뚫고 지나간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태까지 구멍난 곳을 때우는 것은 이론만 알고 있었을 뿐 실제로 해보질 않아서 멍청하게도 펑크난 곳을 표시해둘 생각을 못 하고 타이어에서 튜브를 빼내는 바람에 튜브의 어디에 구멍이 났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철사가 뚫고 지난 곳이라 쉽게 눈에 보이지 않았고 구멍난 곳을 찾으려 튜브에 바람을 넣고 바람이 새는 곳을 찾으려고 했지만 이 역시도 쉽지 않았다. 카센터에서 물통을 얻어와서 물을 채우고 튜브를 거기에 넣은 뒤에야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 그 다음엔 책에서 봤던대로 하니 문제없이 수월하게 구멍난 곳을 때울 수 있었고 튜브를 다시 바퀴에 넣고 바람을 넣었다.

타이어에 구멍을 낸 곳을 금방 찾았지만 타이어에서 튜브를 뺀 뒤에 어딘지 몰라서 한참을 쩔쩔맸다.


  한낮에 타이어를 때우느라 땀을 삐질삐질흘리면서 30분간 시간을 보냈어도 상쾌한 기분으로 출발을 하지만 그 길에서 지나자마자 급경사가 나오는데 보통 길이가 아니다. 멀리에서부터 점점 다가오는 게 점점 압도적으로 다가왔다. 언덕에 오르기 전에 지도를 보니까 언덕을 다 오르면 터널이 있고 그 뒤로는 계속 내리막길이다. 마산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라는 생각에 힘을 쥐어짜니 생각보다 수월하게 올랐고 다시 한번 공포의 터널 앞에 섰다.
 

갓길없음... 도로 상태는 안 좋고 좁고 차는 많이 다니고 덥고...


마산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동전터널 앞에서- 정말 터널을 지날 때는 반드시 멈춰서 후미등을 켜고 갔다.


 차가 상당히 많이 다니긴 했지만 땡볕에서 오르막길을 가다가 그늘진 내리막길을 내려가니 소음에 의한 공포는 있을지언정 터널이 고맙게 느껴졌고 그 터널을 지나자 마산 시내가 점점 펼쳐지기 시작했다. 갑자스런 경사에 차는 완전히 꽉 막혀있어서 갓길로는 도저히 지나갈 수 없었고 결국 (불법) 인도 주행을 했다. 엄청난 급경사에도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풍경은 상당히 이색적이었는데 그 사이 길로 가는 나는 마치 공중에 떠있는 섬에서 천천히 지상으로 착륙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길은 다 내려오기 전엔 그다지 번화한 곳이란 생각은 안 들었는데 언덕을 다 내려오자마자 갑작스레 번화가가 펼쳐지는 것 또한 별세계로 갑자기 온 것 같았다.

 시내에 딱 들어오자마자 느낀 것은 터널을 넘어 오기 전보다 엄청나게 시원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한여름의 대낮 날씨가 시원할리 없었겠지만 산 하나를 경계로 두고 바다에 가까워지니 상대적으로 시원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상쾌한 느낌을 가지고 있어도 시내로 들어갔다간 헤맬 것 같아서 바다 쪽의 길을 타고 바로 창원으로 향했다.

마산에서 창원으로 가는 길에- 무늬만 자전거 도로가 깔린 게 아쉬웠다.


마산 외곽은 자전거 도로가 계속 깔려있긴 했지만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으로 깔아 놓은 길이라서 무늬만 자전거 도로일 뿐 자전거가 달리기엔 그다지 좋진 않았다. 그래서 자전거 도로에서 차도로 내려와서 달리는데 차가 마산 쪽에서 많이 빠졌는지 꽤 많이 줄었고 도로는 상대적으로 훨씬 넓은 편이라서 시원한 바다바람을 맞으면서 달리니 금세 창원으로 넘어갔다. 창원으로 들어가면서 바로 훈훈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자전거 도로였다. 차도 옆에 단을 두고 완전히 분리시키고 인도와도 완전히 분리시킨 자전거 도로가 계속 쭉 뻗어있었다. 물론 자전거 도로에 주차된 자동차들은 사이좋고 질서 정연하게 서있었기떄문에 미소가 절로 감돌았다. 

자전거 도로가 엄청 잘 깔려있던 창원- 차도 하나를 통째로 자전거 도로로 바꿨다.


마산에서는 잠깐 시내에 들렸다가 약간 길을 헤맸지만 창원에서는 그저 자전거 도로를 따라서 신호만 신경써서 쭉쭉 뻗어나가면 됐기에 길을 잃을 일이 전혀 없이 나갈 수 있었다. 오늘의 목표지로 잡고 있는 김해로 가기 위해선 창원과 김해 사이에 있는 불모산을 넘어가야됐는데 이것이 오늘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힘겹게 산을 올랐다. 그러나 그 중간에 발견한 표지판은 '충격과 공포'일 수 밖에 없었는데 앞쪽으로 더 가면 나오는 창원 터널은 자동차 전용도로라고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리막길의 창원 터널은 4km정도 되는 상당히 긴 터널이라서 차량을 제한하고 있던 것이다. 자동차 전용도로라니 급한만큼 그냥 그 도로를 타려고 했으나 요금정산소가 있어서 우격다짐으로 들어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공황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원래 지도를 봤을 때는 산을 기어 올라가는 지방도가 있는 것처럼 나와있었으나 그것은 잘못 나온 것 같았고 창원의 남쪽에 있는 진해를 통해서 가기엔 수십km를 더 돌아서 가야했기때문이었다.

이 도로의 끝에서 나는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창원터널 앞쪽의 분기점에 자전거를 멈춰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던 차에 앞에 지나가는 트럭을 보면서 소형 화물 트럭을 얻어 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3번을 물어물어 자전거를 충분히 실을 수 있고 창원 터널을 지나가는 트럭을 얻어탈 수 있었다. 담소를 나누면서 창원터널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창원터널은 과연 자동차 전용 도로로 지정할만큼 엄청났는데 만약 이런 곳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다면 내 귀가 남아나질 않았을 것이다. 원래는 창원 터널을 지나서 자동차 전용도로가 해제되자 마자 내릴 생각이었으나 트럭 운전기사분은 여긴 원래 차만 많이 다녀서 위험하다면서 쭉 더 내려와서 김해의 장유까지 태워주셨다. 고마움이 벅차올라서 몇번이나 굽신거리면서 인사를 한 뒤에 자전거를 내려 시내로 향했다. 돈을 최대한 아끼는 것이 좋았지만 가끔은 푸짐하게 먹어보자는 생각에 근방의 고깃집으로 들어가 소금구이를 3인분 시켰다. 혼자서 들어왔다고 하자 알바는 상당히 황당한 눈치를 보였으나 그런 것은 이미 내가 신경쓰지 않는 경지에 올랐을 뿐 나온 고기를 구워 먹기 시작했다. 3인분으로 생각했던 양보다 적은 양이 나오서 중간에 1인분정도 더 나올줄 알았으나 그게 전부였다. 그제서야 전라도와 경상도의 음식 차이를 심하게 느끼면서 고기를 마셨다.

고기를 5점정도 먹고 사진을 찍은 소금구이 3인분. 다시 한번 '충격과 공포'를 느꼈으며 분노하게 만들었다.


그리곤 찜질방을 찾아나섰다. 전날 노숙을 해야만 했던 사천의 곤양보다 훨씬 큰 동네라서 금방 찜질방을 찾을 수 있을줄 알았으나 길은 생각보다 찾기 힘들었고 힘들게 찾아간 찜질방 중에 한곳은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이었고 다른 한곳은 자전거를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너무 당연하다는듯이 노숙을 하기로 했고 지도를 보고 능동초를 찾아갔다. 빛이 잘 들지 않아서 사람들 눈에 잘 안 띌 것 같은 주차장 구석에 짐을 정리한 뒤에 다시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서 일지를 쓰다가 꽤 이른 시간인 9시 30분쯤에 잠이 엄청나게 몰려와 그대로 잠을 잤다.

주행시간 7시간 47분
평균속력 14.78 km/h
최대속력 54.86 km/h
평균RPM 68

하루/누적주행거리 115.27 km/1099.21 km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