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ckwork Orange :: 가위눌림- 예고된 소리없는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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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잡담의 잡담2009/01/07 00:29



언제나 그렇듯 가위에 눌리는 것은 괴롭다. 가위에 눌린 초창기(-_) 때는 상당히 구체적인 형상이 -말하자면 천장에 메달린 피흘리는 처녀귀신이라든지 창가를 스쳐가는 노파라든지 고양이따위- 보였다. 상대적으로 공포영화에서 흔히 묘사되는 소리-멀리서 메아리치는 아기 울음소리나 고양이소리, 노파의 웃음소리-가 들리곤 했다. 그것으로부터 아무리 소리쳐도 발버둥쳐도 소용없다. 소리를 질러도 대답없는 나만 있을 뿐이고 발버둥을치더라도 온몸이 마비된 환자같은 나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최근에 가위에 눌릴 때는 구체적인 형상은 보이질 않고 주로 검은 형체의 무엇인가 나를 짓누르고 밟고 내 몸을 쑤셔버린다. 그냥 환영만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면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지만 문제는 그 검은 형체가 내게 가하는 폭력이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 드는 게 문제다. 그 형체가 복부를 가격하면 실제로 복부를 맞은 느낌이 든다. 혹은 그 검은 형체가 날카롭게 변해서 나를 관통해버리면 실제로는 나는 관통당한-비록 어떤 날카로운 물체에 관통상을 입은 적은 없으나- 느낌을 고스란히 받는다. 그 어떤 것이 철조망으로 변해서 내 몸을 감싸면 난 실제로 그렇게 철조망의 압박에 고통의 소리없는 절규를 한다.

 이에 더해 고통스러운게 하나 더 있는데 가위에 눌리는 밤엔 가위에 눌릴지 알고도 잠에 든다는 것이다. 주로 몸이 많이 피곤하거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일이 있을 때 눌린단 느낌이 있다. 직접적으로 가위에 눌린단 느낌을 받는게 아니라 자기 전에 평소에는 하지 못할 황당한 생각을 하면 가위에 눌린다. 이 황당한 생각이라는게 공상과는 전혀 다르다. 말하자면 '뇌에서 언어의 관장하는 부분을 다친 환자'처럼 앞뒤의 문맥이 전혀 맞지 않는 혼자만의 1인2역의 대화하게 되는 것과 같다.  그 대화를 마음 속으로 조금이라도 한다면 가위에 눌리게 된다.

 이런 정신병적인 대화를 맘속으로 한 뒤에 잠을 자면 가위에 눌릴 것을 알고는 있지만 이렇게 가위에 눌리는 날은  심신이 피곤한 경우가 많아서 어쩔 수 없이 바로 잠자리에 들 수 밖에 없다. 마치 자신이 하루 뒤에 죽을 운명임을 알게 되었으나 자신이 해야 될 일은 많고 시간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대로 쭉 흘러서 죽음을 맞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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