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로를 차도 한가운데에 둔다는 획기적인 발상

행정도시건설청(이하 건설청)이 대전과 행정도시를 잇는 구간 8.8km에 전국 최초로 자전거 전용 중앙도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출처:행정안전부

이에 바로 대전경제정의 실천 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자세한 내용은 오마이뉴스에서 보기로하고 바로 문제점을 보겠다.


  건설청이 발표한대로 중앙도로를 설치를 한다면 8차선 도로를 가운데를 달려야 된다. 다시 말하자면 8차선 가운데에서 신선한 공기 대신 신선한 매연을 신나게 마시면서 달릴 수 있다는 말이다. 차도 주변에서 매연을 전혀 안 마시고 달리기란 불가능하지만 차도의 외곽 쪽으로 자전거 도로를 설치한다면 직접 흡입하게 되는 매연은 상대적으로 적을텐데 왜 중앙에서 자전거가 달려야 된다는 말일까?

 한여름엔 어떨까?  한여름 땡볕 아래에서 자전거로 국도를 달려본 적이 있는가? 시쳇말로 쩐다. 좋다는 의미에서 쩐다는 게 아니라 쩔어 죽을 것 같단 느낌이 든다. 한여름 대기온도가 20도 후반에서 30도 초중반이라면 아스팔트 차도 바로 위의 온도는 그 이상이다. 물론 달리는데 바로 위에 나무 그늘이 있다면 그 죽을 것 같은 열기도 조금 줄어들어서 달릴만 하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중앙도로 좌우로 사람이 들어갈만한 그늘이 있는 가로수를 심을 것 같진 않다. 한여름엔 해가 길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아스팔트를 달굴 것이다. 도로변으로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면 조금이나마 가로수 그늘 아래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데 왜 붉게 달아오른 길을 달려야 된다는 말인가?

 교통사고가 나는 경우는 상상조차 겁이 난다. 4차선 이상의 규모가 있는 도로에서는 차량의 중앙선 침범 방지하기 위해서 중앙 분리대가 있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버스나 화물트럭과 같은 크기가 큰 차량이 중앙선 쪽으로 잘못 들어가 중앙 분리대를 받는 끔찍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중앙 분리대를 뚫어버리는 경우, 자전거 운행자는 그 옆도 중앙분리대로 막혀있게 때문에 다른 곳으로 피할 수도 없고 최소한 중상을 입을 것이다. 또, 대형 차량이 중앙 분리대를 뚫어버리지 않았다고해도 중앙 분리대가 구겨지면서 자전거 운행자는 크게 다칠 확률이 매우 높다.

이 밖에도
- 자전거 운행자가 급한 볼일이 있다고해도 바로 빠질 수 없다는 문제
- 정비 및 끌바[각주:1] 등을 위해서 자전거를 세우거나 끌고갈 장소가 없다는 문제
- 자전거 운행 중에 다른 길로 빠지려고 할 때 교차되는 길을 만들기 어렵다는 문제
 등이 있다.

또, 건설청은 자전거 동호인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세부설계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는데 도대체 어떤 자전거 동호인들의 의견을 들은 것일까? 자전거 동호회라면 회원수가 가장 많고 의견이 상당히 많이 오가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각주:2]을 떠올릴 수 있다. 본인이 직접 이 카페에 가서 이번 자전거 중앙 도로에 관한 댓글을 읽어본 결과 졸속행정, 탁상행정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자전거 도로를 차도 중앙에 설치하는 것은 차도 끝에 설치하는 것보다 많은 단점을 가진 전형적인 탁상행정, 전시행정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건설청은 이 획기적인 발상은 갱고하길 바란다.

  1. 자전거를 탈 때 힘들거나 안전을 위해서 자전거에서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가는 것을 뜻한다. [본문으로]
  2. 국내에서 회원수가 가장 많은 자전거 동호회 네이버 카페. 글을 보기 위해선 로그인을 하고 회원가입을 해야 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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